보건복지부 공무원이 사무장병원 등 의료법 위반 행위를 강제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의료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렇잖아도 현지조사 등으로 인한 권력 남용이 의사 자살을 초래한 상황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5일 정부는 ‘사법경찰관리 직무 수행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심의·의결하고 해당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보건복지부 공무원과 그 소속기관이 사법경찰관리 직무를 수행하고, 의료법에 규정된 의료에 관한 단속 사무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관할 검사장의 지명을 받은 공무원이 사무장병원 등 의료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계좌추적,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진행하고, 사건 처리 결과를 검찰에 송치할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무장병원 단속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행정조사 권한만으로는 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 자료를 강제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분석해 원장이 자주 바뀌는 사무장병원 의심기관을 포착한 후 바로 조사에 들어가면 자금추적 등에 필요한 서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적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16일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 내 사무장병원 등 불법개설 의료기관 단속을 전담하는 ‘의료기관 관리 지원단’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보건복지부의 권한 남용을 우려하고 있다. 법 규제 강화가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단속권이 없어서 사무장병원을 적발하지 못한 게 아니다. 각 지역 의사들이 사무장병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만큼, 자율규제가 더욱 효과적”이라며 “사무장병원인지 모르고 진료했다가 수억원의 빚더미를 떠안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자진신고를 했을 때 일정 부분 면죄부를 준다면, 사무장병원 적발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장병원을 포함한 모든 의료법 위반 행위에 대한 사법경찰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보건복지부 현지조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방문 확인이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강압적인 현지 조사와 방문 확인을 합법화하는 통로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행정조사권도 모자라 사법경찰권까지 행사하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