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SIDEX 기간 중의 일이었다. 모처럼 만난 동기들과 거나하게 한잔하고 헤어지면서 택시를 타게 되었다. 가는 도중에 도로공사를 크게 하는 구간이 제법 있었다. 차가 막히자 택시기사님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여기뿐만 아니라 멀쩡한 곳도 보도블록을 뜯고 차선도 선명한데 다시 칠하는 곳이 많다고 한탄하는 것이었다. 하청에 하청을 계속 주어서 단가도 엄청 비싸고 국민 세금이 줄줄이 새는 것 같아서 복장이 터진다면서도, 그래봤자 어쩌겠냐고 할 수 없다는 듯이 한숨만 길게 내쉬는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필자의 맞장구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대개의 경우 끄덕끄덕 몇 번 대답하고 조용히 무대응으로 일관하지만, 그날은 좀 달랐던 것 같다. 의례 받아들이고 넘어가는 일이 반복되니 그러한 상황이 재연되고 강도가 더해지는 것이라고. 실행 주체를 밝혀서 주도한 이들이 처벌받게 해야 무서워서 못하게 된다고. 누가 해도 똑같다가 아니라 조금의 차이가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체감하기 시작하는 출발선에 서게 되는 것이라고. 그렇게 일장연설을 하게 된 계기는 저녁식사 중 동기들과 나누었던 요즘의 치과계와 오버랩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초저가 임플란트를 미끼로 환자를 유인했던 치과들이 먹튀를
협회를 상대로 한 형사사건의 고소인이 제기한 소에 패소한 경우, 협회 측의 법무비용을 고소인이 부담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여 비방과 음해를 목적으로 한 무분별한 고소, 고발을 막고자 합니다.’ 지난 4월 치협 총회에서 상정되고 통과된 제39호 안건에 관한 모든 과정을 살펴보면, 실정법에 대한 상식을 고려하지 않은, 단지 법률적 ‘무지’에 의해서라기보다는 그만큼 치협을 위하는 답답한 마음이 고려된, 그야말로 상징적이고도 ‘정서법의 발로’라고 여겨진다. 안건의 요지처럼 비방과 음해를 목적으로 한 무분별한 고소, 고발의 경우에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이 제39호 안건 상정의 진정한 취지일 것이다. 물론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법무비용을 고소인이 부담한다는 내용이 법적 구속력은 없을 것이지만 말이다. 다만 비방과 음해라는 판단의 근거는 차치하고라도, 사건의 본질이 제대로 알려진다면, 회원 정서법상 더욱 무서운 여론의 비난이 쏟아질 수는 있다고 본다. 현재 우리 앞에 주어진 일례를 들어보기로 하자. 총회 당일 ‘감사개별보고서’ 채택에 관한 논의과정에서 발언된 내용을 빌리자면, 과거에 특정 임원들이 2억여원의 공금을 3년에 걸쳐서 지출하였는데, 단순
모든 것은 메시지다. 정책과 같은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정치적인 영역은 특히 그러하다. 국가 정상들의 회담에서는 넥타이 색깔까지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는 마당에 작은 제스처나 의전의 사소한 디테일도 알고 보면 사소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번에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과정에서 필자가 가장 주목한 것은 정부의 창구 역할을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끝까지 담당하였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는 2020년에 코로나 시절에 신설되어 제1차관이 복지를, 제2차관이 보건을 담당하고 있다. 제2차관이 보건을 담당하니, 그중 한 직종의 정원을 조정할 따름인 사안에는 제2차관이 담당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 정부 입장일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공무원 사회에서 기본 중의 기본인 의전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메시지다. 사안의 중요도를 격하시키고 상대방의 급을 정해버리는 메시지 말이다. 제2차관의 실언과 부적절한 처신으로 대화의 파트너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의사회의 요청에도 바뀌지 않았다. 이 증원 이슈가 정치적으로 계속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제2차관을 고집하며 유지했다. 최근 의료계 이슈 중에 제일 심하게 터지면서 국민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임에도 제2차관이 사안을
정부는 지난 2024년 2월 4일에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이 정책자료를 보던 중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적정 의료 이용 유도를 위해 “혼합진료를 금지하겠다”는 문구였다. ‘혼합진료 금지’는 비급여와 급여진료를 동시에 받는 것을 제한하는 정책을 말한다. 예를 들어 환자가 치과에서 턱관절 통증과 관련한 치료를 받을 때, 급여항목인 물리치료만으로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비급여항목인 보톡스 주사치료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혼합진료 금지’에 대해 이미 의료계 곳곳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환자의 치료 선택권과 의사의 진료 자율성을 침해받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최근에는 의료민영화로의 연결까지 우려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반면 치과계에서는 이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다. 아마도 정부가 혼합진료 금지 대상의 예로 제시한 항목이 치과와는 거리가 있어서인 듯하다. 실제로 도수치료와 백내장 수술을 비중증 과잉이 우려되는 비급여진료로 언급하였다. 만약 치과계에 이러한 혼합진료 금지 정책이 적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 치과분야의 낮은 건강보험 보장률로는 치과치료 과정 중 급여진료와 비급여진료를
의료분쟁특례법은 정부에서 강력한 의지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으나, 상황은 매우 복잡하며 의대 정원 증원문제와 함께 그 속도와 진행을 속단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2025년도 의대정원 확대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수요와 교육역학에 대한 자료를 제출받아 검증을 마쳤으며, 4대 필수의료정책 패키지 즉,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의 안정성 등을 설명했다. 정부는 의료인력 확충 및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을 통하여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 없이 의료인이 최선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내부적으로 증원 자체는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어 다소 복잡해 보이기는 하지만, 공식적으로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의료사고 특례법이 제정되면 필수의료 기피현상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는 반면, 환자와 소비자 측은 입증책임전환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988년, 업무상 과실로 의료사고를 일으킨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의 특례를 정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을 국회와 정부에 건의했다. 그 대안으로 2011년 의료분쟁조정법이 제정되었으나, 환자
지난 4월 27일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대의원총회에서는 대의원이 선출한 3인의 감사가 2인, 1인씩 각기 제출한 감사보고서의 채택 여부를 두고 한바탕 논쟁이 있었다. 언론에 따르면 총회 석상에서는 1시간여 동안 논쟁이 벌어졌고, 막상 감사보고서가 각기 발간되게 된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듯하다. 우리 치협은 민법, 의료법에 근거를 둔 사단법인이다. 민법 제67조는 감사의 직무에 대해 △1호 법인의 재산상황을 감사하는 일 △2호 이사의 업무집행의 상황을 감사하는 일 △3호 재산상황 또는 업무집행에 관하여 부정, 불비한 것이 있음을 발견한 때에는 이를 총회 또는 주무관청에 보고하는 일 △4호 전 호의 보고를 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총회를 소집하는 일로 정하고 있다. 치협 정관 제15조에서 ‘감사는 회무와 재정을 감사하여 총회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이상의 민법과 치협 정관 어디에도 주식회사의 회계감사와 같이 채택 여부를 표기하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감사는 민법 제67조 제3호와 같이 재산상황 또는 업무집행에 관하여 부정, 불비한 것이 있음을 발견한 때에는 이를 보고하는 일이 임무이기 때문이다. 또한 치협 감사를 3인으
지난 4월 10일 국회의원 총선이 끝나고 여야 각 진영에서 승패에 대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각 의약인단체도 자신들의 편이 되어줄 소속 회원들의 국회 입성이 얼마나 되었는지 셈을 하기 바쁘다. 특히 의협은 총선을 앞두고 갑자기 터져 나온 의사증원 문제로 좀 더 절실하게 의사 출신 국회의원들의 탄생을 고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의협의 사정을 한가하게 평가하기에는 우리 치과계 상황도 녹록지 않아 치과의사 출신들이 국회에 많이 입성하길 바랐던 것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저 바람에 그치고 말았다. 치과의사 출신 국회의원은 민주당의 전현희 후보가 유일하게 당선된 것으로 그치고 말았다. 초라한 결과다. 하기사 치과의사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데 치과계의 노력이 얼마나 있었는가를 생각하면 1명도 감사할 따름이다. 22대 총선에서 의사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는 8명으로 최대다. 약사는 1명, 간호사는 2명 등 다른 의약인단체들의 성적은 매우 빈약하다. 이번 총선에 도전한 의약인은 치과의사 2명, 의사 16명, 한의사 2명, 간호사 8명, 약사 4명, 임상병리사 1명 등 총 33명으로 이 중 12명이 당선돼 36%의 당선율을 보였다. 여야별로 보면 국민
최근 의료개혁이란 명분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현 정부와 의사단체 간의 극심한 갈등을 지켜보면서 양측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의료인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금 짚어보게 되고 의료인의 한 축인 치과의사는 과연 어떤 위치에 놓여져 있나를 되새겨보게 된다. 의료법 제2조 제1항에 의하면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를 말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최근 돌아가는 분위기는 의사만이 의료인이고 의사 외 다른 의료인은 대한민국 의료정책 수립에 끼어들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여진다. 의대 정원을 급격히 늘리면 의사단체 외 다른 의료단체에는 전혀 영향이 없는 것인지, 추후 치대 입학 정원은 변동이 없는 것인지, 극단적 의대 쏠림 현상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의료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 등 짚어봐야 할 사안이 한둘이 아닌데도 정부는 의료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강공 일변도의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현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것은 의사단체이지 의료단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언론매체들은 의료대란이란 표현을 써가며 의료인 전체를 도매금으로 문제시하는 보도태도에도 불쾌감을 느끼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무조건 의사 숫자를
의정갈등이 길어지면서 보건복지부 차관이 발표하는 내용을 보면 도대체 우리나라에 보건의료정책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당장 해결해야 하는 시급한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상대가치수가제도와 의료수가 이야기를 하면서 발표하는 내용을 보면 저런게 대책인지 의구심이 들게 된다. 상대가치수가제도가 도입된 것이 2001년이고 투입된 자원의 총량을 기준으로 상대적인 수가를 만들어서 시작했지만 시행 초기부터 상대가치간의 균형성 논란과 원가이하의 수가수준에 대한 대비책 없이 시작되었다. 그 후에 여러 번의 개정과정을 거치면서 의료계는 원가미만의 보험수가를 좀 더 낮은 수가와 아주 많이 낮은 수가라고 자조하면서 상대적 빈곤이냐 절대적 빈곤이냐의 차이가 있는 것이지 원가보존율이 모두 낮으므로 이에 대한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순증 없는 총점고정”의 원칙을 매번 이야기하였으므로, 총점고정과 더불어서 과별총점고정도 대원칙으로 놓고서 개정작업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최근에는 상대가치점수 결정의 핵심인 업무량을 의협내부에서 조정에 실패해서 과목 간 불균형이 심화되었다는 이야기에 총점고정의 대원칙이 결국 조정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에
자기 자신을 편견없이 평가하고 제대로 비판하는 것은 실로 성숙한 행위다. 이는 개인은 물론 작은 공동체에서 국가까지 적용되는 동서고금 불변의 귀한 행동이다.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숨김없이 그대로 기록하여 신랄히 동시대를 비판한 소설 ‘분노의 포도(1937)’는 1940년 퓰리처상과 더불어 20세기에 출생한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1962)을 미국에 안겨준 소위 ‘미문학계의 거인’, 존 스타인벡(1902~1968)의 대표작이다. 30대가 넘어 조금씩 주목받는 작품들을 쓰게 되고, 50대에 접어들며 자신의 고향인 미 서부 Salinas 지역의 서사시적 작품인 ‘에덴의 동쪽(1952)’ 등 평단의 인정을 받는 작품들을 내놓은 스타인벡은 어려운 계층의 고통을 간결하고 사실적인 문체로 정확히 전달하는 점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마도 프린스턴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던 시절, 졸업에는 관심없이 흥미로운 과목만 수강하다 중퇴했다는 이력에서도 그의 세심한 관찰자적 스타일을 살짝 드러냈던 것 같다. 요컨대 그는 과장이나 허구로 극적 효과와 연출된 감동을 작품 속에 욱여넣기 보다는 정확한 사실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데 무게를 둔 듯하다. ‘…사람들이 강에 버려지는
요즘 사석에서 고교 동창들을 만나면 건강 이야기와 대학병원 사태가 화제가 되고 내 반응을 본다. 그렇지 않은 친구도 있지만, 아직도 치과가 의과의 일부인 줄 아는 친구들이 있다. 그럴 때면 치의학이 유럽 중세 원시 외과의사 길드조직에서 비롯됐으나, 직업 전문화 시대 중에 의과로부터 독립했다는 역사적 기원의 설명을 늘어놓게 된다. 같은 의료인이긴 하지만 엄연히 다른 직종이라 대한치과의사협회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때부터 더욱 의사에 대한 적개심을 풀어낸다. 치과의사는 안타깝다. 특히 대학병원 안과 교수가 과로로 순직하고, 부산 할머니가 대학병원에서 거절당해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드디어 터질 것이 터졌구나’하는 짠한 심정이다. 사실 이 주제로 칼럼 쓰는 자체가 조심스럽다. 위로보다 상처를 주지 않을까 두렵다. 그러나 칼럼인으로서 이 막중한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사명감과 반드시 치과계에도 그 영향을 미친다는 점, 그리고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서 국민 입장에서 더욱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쓴다. 전공의 사태가 처음은 아니다. 1971년 6월, 이른바 ‘인술파동’으로 장시간 노역과 의사 해외유출 금지에 반발한 국립의료원 인턴 3
나라가 시끄럽다. 세상사가 항상 평탄하지는 않다. 하지만 여기저기 봇물 터지듯이 문제가 노출되다 보니 여러 의문점이 생기게 된다. 아무리 역동적인 대한민국이라 하더라도, 원래 이런 나라였는지 아니면 무언가 하나 잘못되기 시작하여 모든 것이 엇박자가 나오는 것인지. 우리나라의 시스템이 문제인지 사람이 문제인지. 예전부터 시스템을 잘 만들어 놓으면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이 어쩔 수 없이 따라가기에 시스템 우선이라고 하고, 한편으로는 사람이 중요하지 시스템은 사람을 막을 수 없다고도 한다. 논쟁이 분분한 화두였다. 과연 무엇이 정답일까? 정답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먼저 ‘시스템’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시스템이란 간단히 말하면 ‘길’이다. 새로 길을 만들면 그 길을 따라서 자동차도, 사람도 다니게 된다.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법과 제도, 관행 등이 그것이다. 이른바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나라나 단체가 있다. 그들은 오랜 기간 동안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실패하고 개선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을 갖고 있다. 법치주의를 정착해서 통치자에 대한 견제를 법으로 하였고, 그 법을 통하여 시민들의 기본권을 지켜주었다. 이렇듯 제도가 정착된 조직은 항상성이 존재하여 큰 틀을
의대증원 문제로 촉발된 최근의 상황이 흡사 단테 신곡의 지옥편을 시작하는 어두운 숲속에서 길을 잃은 모습으로 보인다. 욕망, 권력의지, 재물에 대한 욕심으로 점철된 양상으로 과연 우리 사회는 희망의 별빛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인가 심히 걱정된다. 덜 부담하고 더 많은 의료혜택을 원하면서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에 취약한 대중,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정치권, 그리고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설득에 실패한 의협과 현장의 의사들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 하는 ‘시대적 부담’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이번 기회를 통하여 다양한 의견수렴으로 최선의 방안이 도출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면서, 의협이나 치협과 같은 의료계 전문가 단체의 회무철학과 그 역할론에 관하여 돌아보고자 한다. 비록 전문가 단체의 주장이 합리적이고 정당하다고 가정하더라도, 과연 대중들의 부정적 여론을 그저 무지와 탐욕으로 치부할 수 있는지의 여부, 의사는 국민을 이기지 못한다며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정부만 탓하는 자세는 당장은 물론 장기적 타개책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는 이미 많이 변화했다. 특히 의료인과 같이 기득권층으로 치부되는 계층에게는 이유를 불문하
요즘 한창 덤핑 치과들의 불법광고를 때려잡느라 젊고 에너지 넘치는 치과의사들이 고생이 많다. 카카오톡에 불법광고를 신고하는 오픈단톡방이 있어 들어가서 분위기 파악 중인데, 기세가 대단하고 실제로 어느 정도 성과로 이어지는 듯 하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언론에 불특정돼서 성난 군중으로만 묘사되고 마는 건 아깝다. 이렇게 고생하는데, 정작 어디 회의나 정책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에서는 대화 파트너 자리가 아닌 객석에 있게 될까봐 아깝다. 청년 치과의사를 위한 자리가 있는가. 치협, 서울지부 등 치과의사단체, 지역 모임, 학회 등은 구조적인 한계 때문에 ‘진짜 청년을 위한 자리’를 만들기 어렵다. 그런 단체들에는 기본적으로 수십년에 걸쳐 활동해온 이미 나이 많은 선배들이 수두룩하게 포진해 있다. 정말 반골기질이 강하거나 전투력 넘치는 젊은 치과의사들은 애초에 그런 모임을 거부한다. 사회 참여를 통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 정도의 온건한 성향의 사람이나, 대선배의 자녀인 2세 치과의사, 학연이나 지연으로 억지로 끌려와준 온순한 사람들이 ‘젊은 치과의사’의 포지션을 담당한다. 그들 중에 그나마 패기 넘치던 이들조
최근 실손보험과 관련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얼마 전 본지에서도 병원과 환자가 공모해 보험금을 편취한 혐의가 있는 의료기관에 대해 공단, 경찰청, 금융감독원이 공조해 수사에 착수했다는 기사를 다룬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보험사기 사건이 새롭지는 않다. 2001년 실손보험이 도입된 이후 이러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Moral hazard는 ‘본인부담금’이라는 ‘도덕적 안전장치’의 부재로 발생한다. 현행 국민건강보험에서 대부분 경증 질환의 본인부담금은 30%인데, 실손보험이 있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본인부담금이 이보다 훨씬 낮거나 거의 무료다. 따라서 보험료만 내고 이용을 안 하면 손해라는 소위 ‘본전 생각’으로 병원에 불필요한 방문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한 사람이 특별한 외상이나 질환이 없는데도 수년간 570차례의 도수치료를 받고 1억4,000여만원을 청구한 일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치과의 경우는 이러한 실손보험의 영역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실손보험에서 치과 급여진료비의 본인부담금은 보장하지만, 치과 비급여진료는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치과 비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