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의 링컨기념관 주변에는 두 개의 전쟁기념물이 있다.하나는 ‘베트남 베테랑 메모리얼’, 또 하나는 ‘한국전쟁 베테랑 메모리얼’이다. 이 두 기념물은 미국이 전쟁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베트남 베테랑 메모리얼의 디자인은 당시 스무 살의 중국계 미국인인 예일대 건축과 재학생이었던 ‘마야 린’의 작품이다. 죽은 이들의 이름이 새겨진검은 벽을 따라 더 낮고 깊숙한 곳으로 걸어 들어가다 다시 오르막 경사로로올라와 빠져나오는 단순한 디자인은 마치 죽음의 길로 걸어 들어갔다가 삶의길로 되돌아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9·11 메모리얼파크 공모전에서 파격적인 건축 디자인이 채택되었을 당시 공모전 심사위원이 바로 마야 린이기도하다. 링컨기념관 우측에는 한국전쟁 베테랑 메모리얼이 있다. 벽화 담장을 중심으로 V자 형태로 실물 크기보다 조금 큰 19인의 조각상이 눈길을 끈다. 조각상들은 마치 하나의 소대가 정찰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듯 하다. 이 중 14명은 미 육군, 3명은 해병대, 1명은 해군 위생병, 나머지 1명은 공군 관측장교다.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백인, 흑인, 아시아계, 히스패닉계, 인디언계 등 인종도 다양하다. 주변
‘키다리 아저씨(Daddy-Long-Legs)’는 미국의 여류 작가 ‘진 웹스터’가 1912년에 발표한 성장소설이다. 여대생 ‘주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후원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당시 미국 사회의 교육과 계급, 여성의 자립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내며 지금까지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보육원에서 자란 주디는 답답하고 지루한 보육원 생활에서도 글 쓰는 데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 우연히 그녀의 글을 본 익명의 후원자는 주디가 대학에 진학해 공부할 수 있도록 등록금과 기숙사 비용은 물론 생활비까지 지원하는 대신, 후원자인 자신에게 매달 편지를 보내게 했다. 후원자의 이름과 얼굴을 모르는 주디는 그의 기다란 그림자를 보고 ‘키다리 아저씨’라는 이름을 붙였다. 주디는 키다리 아저씨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자신을 위로했고, 기숙사를 같이 쓰는 방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대학 생활을 보낸다. 다양한 학문을 배우면서 교양을 익히고, 몸을 건강하게 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주디는 같은 방 친구인 줄리아 펜들턴의 삼촌인 저비스(Jervis)를 만나게 된다. 주디는 대학교에서 편집장을 맡고 출판사에 원고를 보낼 정도로 작가가 되기를 원했다. 이런 주디의 키다리
소설 돈키호테를 읽기 시작했다. 집에서 아이들만 책 읽으라고 할 게 아니라, 나부터 책을 읽자 싶어서 그동안 미뤄놓은 고전을 읽기로 했다. 40대 중반에 읽는 돈키호테는 또 느낌이 다르다. 고전소설 돈키호테 1권 중반에 중요한 이벤트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돈 페르난도(A), 도로테아(B), 루스신다(C), 카르데니오(D) 사이의 얽힌 치정 이야기다. 2쌍의 커플이 서로 얽힌 이야기인데, 편의상 차례대로 A, B, C, D라고 하자. A는 혼인을 빙자하여 B의 순결을 농락한 다음 떠나버린다. A는 C와 강제로 결혼하려고 한다. 집에서 뛰쳐나온 B가 숲에서 C의 정혼자인 D와 만난다. B와 D가 머물고 있는 객줏집에 A와 C가 우연히 들어온다.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되고 B가 눈물로 호소하자 A가 감화하여 C를 포기하고 B에게 돌아온다. C와 D는 다시 맺어진다. 이 와중에 돈키호테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실제 소설 속 돈키호테는 클리셰처럼 언덕 위에 거대한 풍차와만 싸운 게 아니다. 나이를 먹고도 거악에 돌진하는 기사의 로망은 잊어버리자. 그런 건 돈키호테가 아니다. 돈키호테는 더 순도 높은 도른자이고 더 하찮다. 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하찮은 것들과
2025년 치과의료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서 ‘덤핑(저수가 과잉진료) 치과의 정의, 실태, 대안마련’에 의하면 이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수가 조정, 실태 파악을 위한 기준 마련, 실질적인 자율징계, 그리고 치과의사 정원 조정과 인력 배치 등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들이 존재하듯, 치과계에도 다양한 구조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원인 요소를 하나만 꼽자면, 많은 이들이 ‘치과의사의 과잉배출’을 지목한다. 이는 흔히 ‘적정수급 문제’로 포장되곤 하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수급 조절의 차원을 넘어서는 복잡한 구조적 과제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은 무엇일까? 필자는 최근 민법을 공부하며, 치과의사 정원 문제를 법률행위에 비유해보는 상상을 해봤다. 법률행위가 유효하려면 ‘당사자’에게 능력이 있고, 그 ‘목적’과 ‘의사표시’가 적정해야 한다. 이 틀에 비춰보면, 치과의사 정원감축 문제도 ‘당사자가 누구인가’를 재설정하는 단계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그 문제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부터 다시 물어야 한다. 치과의사 과잉배출로 인해 누가 가장 피해를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는 아일랜드의 국민 시인이자 극작가로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중요한 대표적인 시인 중 한 명이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를 대표한 시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문학을 비롯하여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신비로운 아일랜드 신화 등 초월적 주제에 관심을 가졌고, 이는 그의 문학 세계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1889년 탐미적인 첫 시집을 발간한 이후로도 그의 시는 특유의 사실적인 묘사를 발전시켜 나갔다. 1890년대에 아일랜드는 민족주의가 급속도로 확산되었고, 가톨릭 신자가 새로운 기득권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는 예이츠의 문학관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고, 그는 아일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시도를 통해 국민 전체와 국가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예이츠의 초기 작품은 낭만주의적 성향이 강했으나, 후기에는 점차 상징주의로 전환됐다. 그의 후기 작품은 오랜 전통과 이교도적 신앙 같은 인류학적 요소를 통해 아일랜드 고유의 정서를 탐구했다. 1886년 이후 발표한 많은 수필과 평론은 역사적 격변기에 걸맞게 진정한 아일랜드를 알리겠다는 시도였
지난 6월 3일 치러진 대한민국 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로봇수술 급여화, 일차의료 전문의, 지역의대, 공공의대 등 여러 의료공약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치과 임플란트 건강보험 확대 공약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내용은 지난 어버이날을 맞아 자신의 SNS를 통해 직접 어르신 대상 주요 공약을 설명하며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연령은 낮추고, 개수는 늘려가겠다”는 글을 올려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제 선거 기간 중의 공약들은 부담스러운 청구서가 되어 새 정부의 손에 쥐어질 것이다. 과연 치과 임플란트 관련 공약은 실현될 수 있을까? 현재 치과계는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사실 여당이나 야당 측 모두 임플란트 건강보험 확대 정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치과계와 국민도 찬성하고 있어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선거 후 어수선한 정국의 흐름에 파묻혀 행여 시행이 미뤄지지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정책으로 인해 늘어나는 보험재정을 어떻게 충당하느냐의 문제는 앞으로 담당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한편 임플란트 보장성 확대 정책을 의료현장에서 수행해야 하는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는 프란츠 리스트가 1851년에 작곡한 곡으로, 원래는 니콜로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에서 주제를 따와 피아노곡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현재 우리가 익숙하게 듣는 형태로 완성되기까지는 약 2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라 캄파넬라’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종’을 의미하며, 이름처럼 영롱하고 빠르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연상시키는 멜로디를 지녔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과는 달리 피아노 역사상 가장 기술적으로 난해하고 도전적인 곡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 곡의 탄생은 리스트와 파가니니의 운명적인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1831년, 20세의 젊은 피아니스트였던 리스트는 파리에서 ‘바이올린의 악마’라 불리던 파가니니의 연주를 듣고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이후 그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곡들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 3악장에서 울리는 작은 종소리를 피아노로 묘사했다. 리스트는 바이올린의 기교를 피아노 건반 위에 재현하고, 자신의 화려하고 극적인 스타일을 더해 곡의 표현력을 극대화했다. 이 곡에는 리스트의 열정과 야망, 그리고 피아노라는 악기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탐구가 녹아
임플란트는 요즈음 치과계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이며, 임상에서 임플란트 주위염 치료 및 예방을 위해 실천적인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바다. 주로 성인 임플란트 치료를 할 때, 시작에 앞서 기초치주치료 및 치주조직의 안정성을 얻는 임상과정과 환자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매일의 임상에서 치과의사는 치은염과 치주염의 존재를 확인해 기록을 남겨야 하나, 생략하거나 빠뜨리는 이들이 있고, 충분한 환자교육이나 기초치주치료 없이 급하게 임플란트 치료에 들어가는 경우들이 있는 듯하다. 더욱이 환자는 상부보철이 들어가서 저작을 시작하고,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면 환자들은 완전히 회복된 것으로 믿고 마침내 치과치료가 끝이 났다고 생각하는데, 치과의사 역시 임플란트 주위염증은 천천히 진행되는 관계로 사후관리에 대한 설명과 교육이 부족하기 쉬운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임플란트 치료가 활성화되어 일반 치과치료로서 자리를 잡은 지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서는 임플란트 주위염 관련 다양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환자가 수년 뒤에 갑자기 나타나 사후관리를 제대로 안내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지나치게 고가의 치료비를 지불했노라 항
1961년 판 최인훈의 ‘광장’ 서문을 읽는 지금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인간은 광장에 나서지 않고는 살지 못한다. 표범의 가죽으로 만든 징이 울리는 원시인의 광장으로부터 한 사회에 살면서 끝내 동료인 줄도 모르고 생활하는 현대 산업구조의 미궁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공간을 달리하는 수많은 광장이 있다.’ ‘광장’은 중편 소설로 1960년 11월 ‘새벽’에 발표된 최인훈의 대표작이다. 이 책은 원래 약 600장 정도의 분량이었으나, 이후 단행본 출간과 여러 번의 개작 과정에서 800장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특히 처음 발표한 이후로 대략 6차에 걸쳐 개작을 거친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책의 서문이 여러 개이며, 책이 새로 출간될 때마다 작가가 개작 과정을 거친 것으로 유명하다. 작가는 오래전 만들어 낸 인물, 사유와 행위, 고민과 선택이 바로 지금 이 시대의 것으로 ‘현재화’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현재성으로 지금 우리 속에 있는 주인공 이명준에게 끊임없이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다. 최근 우리는 인간에게 있어서 광장은 얼마나 거대한 것이고, 한편으로 얼마나 편협해질 수 있는지를 보았다. 우리의 세상이 아무리 어둠이 짙을지라도 불편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는 회원 개개인이 주인으로 이뤄진 민법상 사단법인 단체다. 지난 제74차 치협 대의원총회에서는 지난해 제73차 총회에 이어 3명의 감사 중 별개 의견을 낸 이만규 감사의 감사보고서가 감사보고서 책자에 배제된 채 별도 인쇄물을 통해 대의원들에게 배포됐다. 이 내용에 대해 보고도 받지 않고, 투표 여부를 사전에 공지하지도 않은 채 채택 여부를 묻는 대의원 투표로 이 의견을 ‘불채택’했다. 민법 제67조에 따르면 사단법인의 감사는 법인의 재산상황 및 이사의 업무 집행을 감사하고, 부정이나 불비가 발견될 경우 이를 총회 또는 주무관청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 또한 민법 제67조 제4호는 제3호의 부정이나 불비에 따른 보고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 총회를 소집하는 일 또한 감사의 직무로 정하고 있다. 감사의견은 감사보고서의 형태로 법인의 재무 및 운영 상태에 대한 감사의 판단을 담고 있으며, 치협 정관에서도 총회는 이를 보고받아 논의하도록 규정돼있다. 감사보고서 자체는 감사의 독립적인 판단 결과다. 총회는 이를 ‘채택’하거나 ‘거부’하는 개념보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바탕으로 한 후속 조치로써 이사의 해임, 정관 변경, 또는 주무관청 보고 등의 결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지난 5월 20일 재외국민 투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이 올랐고, 이제 사전투표가 진행 중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5월 20일부터 25일까지 전 세계 118개국 223개 투표소에서 재외국민 투표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에 참여하는 재외유권자는 총 25만8,245명으로, 지난 대선 대비 14.2% 증가하였다. 재외국민 투표가 본인의 사전신청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표자 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선거에 대한 재외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대선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들리지만, 재외유권자 수의 증가는 국민들이 조용하지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선거를 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선거철마다 유세차량과 선거운동원들로 북적이던 도심이 이번 대선에서는 한산한 모습이다. 과거 대통령 선거는 물론 국회의원, 지방선거 때마다 후보자들과 지지자들이 거리 유세를 벌이던 번화가가 이번에는 마치 선거와 무관하다는 듯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하다. 한때 유세 명당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후보자와 지지자들의 눈치 싸움은 물론, 몸싸움까지 벌이던 곳들이 유세차량의 확성기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상황이다.
지난달 치협 대의원총회에서는 여전히 덤핑치과 척결문제, 불법광고 문제 등 개원가의 고민에 대한 대책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매년 단골같은 주제들이다. 그렇다고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런 현실적인 개원가 문제는 단 시일내에 해결이 잘 안되는 만성질환과 같기에 회원 모두 지칠대로 지쳐 있는 문제라는 점에, 효과가 뛰어난 신약을 개발해 내듯이 효과 좋은 해결책이 하루속히 나왔으면 하는 바람은 필자도 마찬가지다. 올해 치협 대의원총회에서는 이러한 만성 현안보다 눈에 띄었던 안건이 있었다. 물론 필자만의 견해라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이는 선거와 관련, 진일보한 제도 개선책이 통과됐다는 소식이다. 선거규정은 그동안 나름 촘촘히 규제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돼 부정선거에 대한 시비 논쟁으로부터 피해가고자 부단히 노력해 왔으나 큰 실효가 없었다. 이는 아무리 경고를 해도 큰 제재 수단이 없다 보니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마타도어 등 부정선거운동을 근절할 수 없었다는 한계와 설혹 부정선거운동이 분명하다고 해도 이를 제재하다 보면 소송에 휘말리고, 그러다 보면 이미 임기가 한참 지난 후이기에 이 또한 실효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부정선거운동 문제는 직
하마평(下馬評)은 주요 관직이나 선거에 출마할 만한 인물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시기에 항상 나오는 말이다. 보통 “하마평이 무성하다”라는 표현으로 인물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하마평은 정계의 개편이나 개각으로 누가 어느 자리에 임명될 것이라는 소문이나, 선거에서 누가 후보자로 나설 것이라는 등의 소문을 말한다. 하마평은 예전 군주시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시대에 왕이란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절대 권력이었다. 그래서 왕이 거주하고 있는 구중궁궐이나 궁궐 사당인 종묘 등을 지날 때 여러 규칙이 있었고, 그중 하나가 바로 말을 타고 지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러한 장소 등에는 모든 사람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말에서 내리도록 비석을 세워 경계를 두었는데 이를 하마비(下馬碑)라고 하였다. 하마비에서는 모두가 말에서 내려야 하므로 그 앞은 항상 많은 말과 하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뤘을 터다. 이들은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다른 이와 잡담하거나 뒷담화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는데, 이것이 하마비 앞에서 떠드는 말인 ‘하마평’이다. 이러한 하마평은 지금까지 이어져 관직의 이동이나 임명에 대한 소문을 의미하는 뜻으로 굳어졌다. ‘하마평이 무성하다’, ‘하마평에
진단서나 각종 진료관련 서류를 발부하면서 상병명을 기입해야 하는데, 상병명은 임상에서 사용하는 진단명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상병명은 행정 또는 법적 서류에 의해 비의료인들을 위한 분류코드를 표준질병사인 분류체계로 약속해 분류하고 통계를 내기 위한 것이다. 실비나 실손보험을 받기 위해서는 턱관절질환에 대해 K07.6을 기입해야 함에도 K09나 K10 분류에 ‘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고 해당 코드로 기입해 달라는 요청이 있다는 문의를 자주 받는다. 그런 요구는 하지도 말아야 하고, 그 요구로 업코딩이나 코딩을 자의적으로 한다면 그건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는 결과가 된다. 진단병과 상병명의 분류가 다르긴 해도 질병코딩 원칙에 따라 코딩하는 것이 원칙이다. 질병사인분류를 검색버튼으로 진단명을 검색해 그 단어가 있다고 해서 코드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학적으로 분류체계에 적합한 코드가 있다면 우선적으로 그 코드를 부여하는 것이 원칙이다. 실손보험을 받기 위해 다른 코드를 부여하는 것은 일종의 범죄 또는 불법행위에 가깝다. 코드선택이 치과의사의 고유권한이라고 주장한다 해도 분류체계의 분류원칙과 코딩원칙을 무시하는 것까지 권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세종대왕은 조선 왕조 최고의 성군으로 꼽힌다. 하지만 세종 개인적으로는 며느리 복이 참 없는 편이었다. 며느리를 네 번이나 내쫓은 가족사는 불행의 연속이었다. 요즘 말로 ‘왕실 스캔들’은 당시에 신료뿐만 아니라 저잣거리 백성의 입방아에 오르내렸을지도 모른다. 1427년 세종 10년 4월 26일, 세종의 장남이자 훗날 조선의 5대 왕이 되는 세자 이향의 혼인식이 열렸다. 이날은 건국한 지 35년 된 조선 왕조와 세종에게 모두 큰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당시 조선은 태조가 건국한 이래 정종, 태종, 세종을 거치면서 적장자에 의한 왕위 계승이 단 한 번도 이뤄지지 못했었다. 조선의 건국 이념이 유교 사상인 성리학이었기 때문에 진정한 적장자인 세자의 결혼은 전통성 있는 왕위 계승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문종실록’에 문종에 대한 평가는 “통달하지 못한 것이 없었다”라는 기록이 있을 만큼 요새 말로 공부에서 예체능까지 다방면에 뛰어난 ‘엄친아’였다. 세자 이향은 자질과 능력이 탁월했고, 태어나서부터 체계적이고 철저하게 세자 수업을 받은 준비된 왕의 재목이었다. 이런 세자에 대한 왕실의 기대는 남달랐다. 또한, 유교 국가인 조선은 혼인을 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