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금연열풍이 뜨겁다. 그리고 이 바람은 치과계에도 훈풍이 될 전망이다.
담뱃값 인상으로 금연급여화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치과도 당당히 한 영역을 차지하게 됐다. 지난 12일 보건복지부는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최남섭·이하 치협)를 비롯해 대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와 최종 협의회를 갖고 의료기관을 통한 금연치료 및 금연지원 서비스 사업을 시행한다는 계획을 확정지었다.
지난 연말 복지부는 “2월부터 일반 병·의원을 통해서도 금연상담 및 금연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병의원의 범위에 치과가 포함될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금연치료 급여화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협의체가 발족할 당시만해도 치협이 논의에서 배제됐을 정도로 “치과에서 금연치료를 한다고?”라는 의구심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치협은 복지부, 국회,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관계부처를 상대로 그간 치과계가 꾸준히 이어온 금연사업 등을 소개하고 치과에서의 금연치료가 가장 효과적임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왔다. 최근에는 치협 치과의료정책연구소에서 ‘치과 금연치료의 효과와 치과 금연치료 급여화’를 내용으로 한 이슈리포트를 발간하는 등 정책적인 뒷받침을 통해 금연치료가 치과의 새로운 한 영역으로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1월말 신청기관 접수, 2월부터 환자등록 가능
정부의 발표대로 의료기관을 통한 금연치료 서비스는 2월부터 시작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업비 지원사업으로 우선 시작되며, 보험등재에 필요한 제반여건을 갖추고 오는 9월부터는 본격적으로 급여화될 전망이다. 그리고 현재 대략적인 방안이 확정됐다.
금연치료는 총 12주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치과에서는 12주 동안 상담과 금연보조제(니코틴패치, 사탕, 껌, 부프로피온, 바레니클린)를 처방할 수 있다. 치과의사가 직접 해야 하는 초기 상담비용은 1만5,000원이고, 이후 가능한 5회의 상담은 회당 9,000원의 상담비용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건보공단은 1월 말 금연사업을 시행할 의료기관의 신청을 받는다. 건보공단 사업비 지원사업으로 부가적인 행정절차 등이 있을 수 있어 우선 신청기관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신청기관은 2월 말부터 환자 등록을 받을 수 있고, 3월 중순에는 해당 의료기관을 상대로 한 교육이 이뤄질 계획이다. 그리고 이 사이 청구 시스템이나 지침, Q&A 등을 완비해 나가게 된다.
건강보험에 편입되는 9월 이전에 6개월 정도 사업을 해보고 그 평가결과를 반영하겠다는 복안도 내포돼 있는 만큼 치과병의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고 있다.
금연치료가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구체적인 매뉴얼이 만들어질 것이고, 전반적인 12주 프로그램은 보건소에서 이뤄지고 있는 시스템을 적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특별히 어려운 부분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치협은 이미 ‘치과금연진료 가이드북’을 발간한 바 있어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상담, 치료, 처방전 발급도 까다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연치료 가이드북은 치협 홈페이지를 통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금연-치과치료 연계 가능 “꿩먹고 알먹고”
한국금연운동협의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나성식 원장(나전치과)은 치과에서의 금연치료가 효과적이라는 근거로 “흡연 수단은 구강이다”, “치석제거와 병행할 수 있다”, “건강한 치은 유지 등 금연 동기유발이 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를 꼽은 바 있다.
담배는 치과의 주요 치료영역인 구강을 통해 이뤄지고, 흡연이 구강암과도 밀접하다는 점 등은 치과치료의 중요성을 뒷받침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특히 스케일링이 급여화 되면서 스케일링을 받기 위해 내원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구강검진이나 스케일링 과정을 통해 흡연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잠재적인 금연치료 환자를 발굴할 수 있는 좋은 매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2주간 이어지는 금연치료를 통해 치과의 문턱을 낮추고 치과치료와 금연치료를 연계할 수 있는 문호를 열어둔다는 점에서 금연치료는 치과의 새로운 수익창출 모델이 될 가능성도 높다.
물론, 지금도 금연치료를 위한 처방전을 발급할 수는 있다. 하지만 보건소를 통해 무료로 이뤄지는 금연치료 서비스를 굳이 치과나 한의원을 찾아 비급여로 치료받으려는 환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금연열풍이 불고 있고, 담뱃값 인상과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가 이뤄지고 있는 지금, 금연서비스 확대 및 급여화는 치과계에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 되고 있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