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 스캐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디지털치과’ 만들기를 본격적으로 고려하는 치과들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치과 디지털화의 화두는 ‘구강 스캐너’가 이끌고 있는 모습이지만, 사실 치과 디지털의 시작은 캐드캠 밀링머신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치과 디지털치과 만들기’ 시리즈, 이번 호에서는 캐드캠 밀링머신을 다룬다. 국내 공급되고 있는 다양한 장비 및 시스템 소개와 함께, 현재 일반 동네치과를 운영하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디지털치과 만들기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이진용 원장과 박기홍 원장의 캐드캠 밀링머신 도입기를 전한다. 이를 통해 캐드캠 밀링머신을 치과에 안착시키기 위해 무엇을 고민해야하고 해결해 나가야할지를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 덴티스트리에 입문한 지 1년 반이 조금 지났다. 몇 년 전부터 관심이 있어 업체 세미나 몇 군데를 기웃거려봤지만, 막상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일단 마당발 후배의 유혹에 넘어가 구강 스캐너를 구매했다. 그 후배는 밀링기와 3D 프린터로 만든 덴처, 조정 없이 쏙 들어가는 크라운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결국 구강 스캐너를 시작으로 밀링기, 3D 프린터, 퍼니스 등을 하나씩 구입하는 계기가 됐다.
밀링기를 사고 제일 걱정된 건 “과연 내가 만들어도 정말 잘 맞을까”하는 것이었다. 세미나를 통해 적합도 잘 맞고 컨택, 교합조정도 거의 필요 없게 만들 수 있다는 건 알았지만, 정작 내가 직접 만들면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밀링한 보철물이 잘 맞는지 확인해보고, 환자가 불편하지 않게 기공소에 보낼 인상채득을 하고, 연습할 스캔을 같이 진행했다.
직접 디자인한 PMMA 크라운이 잘 맞는지 확인해보고 환자 입에는 기공소에서 만든 보철물을 끼워줬다. PMMA 크라운은 역시 잘 맞지 않았는데, 칼리브레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칼리브레이션이란 기계의 영점을 맞추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완벽한 칼리브레이션이 돼야 기계가 원하는 데로 밀링을 해 줄 수 있다. 해당 업체에서 가르쳐준 오토칼리브레이션을 해보고 내가 디자인한 것과의 차이를 비교해보기 시작했다.
며칠을 병원에서 숙식하면서 다양한 오토칼리브레이션 기법들을 시도해봤지만, 결국 수동으로 칼리브레이션을 해야 원하는 정밀도를 얻을 수 있었다. 기계가 정밀해지니 PMMA 크라운이 조정 없이 쏙 들어갔다. 당연히 지르코니아 크라운도 마진, 내면, 컨택, 교합이 잘 맞았다.
또 다른 걱정은 “치과기공소 만큼 디자인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었다. 디자인에 자신감을 얻으려고 100개의 크라운 디자인을 목표로 연습했다. 소구치 한 개를 20번 디자인하면서 다른 라이브러리도 써보고, 옵션이나 디자인 방법을 달리하면서 비로소 숙달이 됐다. 나머지 80번은 소구치, 대구치, 전치를 섞어 연습했더니 디자인에 자신감이 붙었다. 슬슬 익숙해지니 왁스업보다 편한 점이 많았는데, 완성된 치아모양(라이브러리)을 조금만 변형시키면 원하는 치아가 만들어졌다. 또 대합치를 투명하게 해서 원하는 위치에 교합점을 찍기도 쉬웠다. 라이브러리를 이용해 치아를 만드니 완성된 치아의 외형이 기공소에서 만든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당일 세팅이 가능한 것도 큰 장점이지만 밀링기로 직접 보철물을 만들 때 느꼈던 가장 큰 장점은 원하는 위치에 교합점을 찍을 수 있다는 것. 기공소에서 만들 땐 교합점이 원하는 데 찍혀있지 않거나, 교합조정을 많이 하다보면 원하는 점을 없애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런데 칼리브레이션이 잘 된 밀링기로 원하는 교합점을 디자인한 크라운을 만들면 매우 간단히 원하는 교합점을 얻을 수 있었다. 사실 교합점 뿐만 아니라 컨택조정도 필요 없게 돼 딜리버리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단점이라면 치과기공소에서 처리할 일을 내가 스스로 해결해야하니 일하는 시간이 늘었다. 디자인을 하고, 밀링기 돌리고, 컬러링, 신터링, 글레이징, 스테인, 폴리싱을 해야 했다. 익숙해지기 전까진 밤늦게 남아 일해야 했고, 가끔은 병원에서 자면서까지 일을 마쳐야 했다.
점차 익숙해지다 보니 진료 사이에 남는 시간에 이 일들을 할 수 있었다. 보통 때라면 쉬는 시간이었을 텐데, 그 시간에 일을 하니 피곤하긴 했다. 모든 장점은 주기적인 칼리브레이션으로 밀링기의 정밀도를 유지해야 얻을 수 있다. 이것 또한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귀찮은 작업이다. 지금도 2~3시간은 걸려 칼리브레이션을 하는 날은 칼퇴근은 생각지 못하는 날이다. 다행이 요즘은 오토칼리브레이션만으로도 완벽히 영점을 맞출 수 있는 기계들이 나오고 있어 다음에 장비를 구입하게 된다면 이 부분은 더욱 수월해질 것이라 믿는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밀링기로 만든 인레이나 크라운은 마진 적합도가 나쁘고 교합조정을 많이 해야 하는 최악의 퀄리티를 보여줬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단점들을 개선한 장비가 나왔고, 가격도 저렴해져 일반 치과에서도 디지털 장비를 큰 부담 없이 도입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기술 발전 속도는 생각보다 매우 빠르다. 앞으로 더욱 편하고 정밀한 장비를 값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장비들을 구입하게 되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일들을 해야 되며, 아마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몇 달 동안 밤늦게 집에 가고, 풀 수 없는 문제로 머리가 아파도 결국 이 문제들은 해결될 것이다.
멘토 치과와 같이 디지털 장비를 원하는 대로 작동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없었다면, 밀링기와 씨름하다 디지털 덴티스트리를 포기했을지 모른다. 디지털 덴티스트리 도입을 결정했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묻고, 상의할 수 있는 멘토를 먼저 만들기를 조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