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정부는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벗어나기 위해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를 2021년 26.0명에서 2027년 18.2명까지 30% 줄이겠다는 목표다. OECD 회원국 평균이 11.1명인 것을 감안해 현실성 있게 결정한 듯하다. 지난 10년간 통계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정도 높았고, 40~60대가 50% 정도였으나 최근 10~30대가 증가하는 추세였다. 또 과거와 비교해보면 90년대에는 실직과 상대적 빈곤이 원인이었다면, 최근엔 정신적 문제(39.8%), 경제 문제(24.2%), 육체적 질병 문제(17.7%)이다. 이것을 기반으로 정부는 정신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수단으로 20~70대를 대상으로 10년마다 시행하던 정신건강 검진을 2025년부터 신체건강 검진과 동일하게 2년 주기로 바꾸고, 검사 대상 질환도 우울증에서 조현병, 조울증까지로 확대하기로 했다. 위험군은 정신과 등과 연계해서 조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며 신체손상과 정신과 치료비, 심리상담비 등으로 연간 100만원까지 경제적 지원도 한다. 이외에도 경찰청에서 지역에 맞추어 자살방지대책을 수립하거나, 전국 시도에 마을 상황
마이크 샌델 교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벌금과 요금에 대한 의제를 주었다. 핀란드에서 수입에 비례해 벌금이 부과되는 것을 소개하며, 대기업 상속자가 2003년에 시속 40㎞구간을 80㎞로 달려서 21만7,000달러(2억8,000만원)를 벌금으로 물었다고 했다. 북유럽에서는 핀란드뿐만 아니라 스웨덴, 덴마크 등 국가에서도 음주운전, 과속운전 등 교통법규를 위반할 경우 운전자 소득을 기준으로 벌금을 부과하는 누진 벌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법규 위반자의 하루 평균 소득 절반을 기준으로 위반 내용에 따라 각각 벌금을 곱해서 계산한다. 한 스웨덴 사업가가 스위스에서 과속으로 12억4,000만원을 낸 것이 최고 기록이다. 샌델 교수는 일률적인 벌금은 부자에게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적어서 요금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음을 지적하며 북유럽국가의 누진벌금제를 소개했다. 지난주 대전 스쿨존에서 친구들과 길을 걷던 아홉 살 초등학생이 만취한 음주운전자로 인해 숨진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운전자는 점심을 먹으며 소주 1병을 마시고 운전을 했으며, 사고 당시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교통전문 변호사의 의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음주운전 사망사고 시에 합의가
아침에 눈을 뜨니 고마운 비가 내리고 있다. 전국이 산불로 여러 날 고생하고 있었는데 한 번에 모두 정리해 주니 고마움과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근래 산불만 아니라 좋은 뉴스가 거의 없고 부정적인 내용뿐이었다. 심지어 서울 한복판에서 납치 사건까지 발생하였고 정치인들은 변함없이 싸운다. 신라 말 최치원이 세이암(洗耳岩)에서 세속의 비루한 말을 더이상 듣고 싶지 않아서 귀를 씻었듯이 매일 귀를 씻고 싶은 심정이다. 험한 뉴스로 탁해진 정서를 순화하고자 위로와 위안을 주는 시 한 편을 읽어본다. 잠깐이라도 세속을 떠날 수 있어 좋다. 불광스님의 시집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의 시 한 편만 보아도 세상일이 그리 대단한 것만은 아닌데 말이다. 없으면 없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그냥 그런대로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없는 것을 만들려고 애쓰고 부족한 것을 채우려고 애쓰고 불편한 것을 못 참아 애쓰고 살지만 때로는 없으면 없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또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사는 것이 참 좋을 때가 있습니다. 그냥 지금 이 자리에서 만족할 수 있다면 애써 더 많이 더 좋게를 찾지 않아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조금 없이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22 한국의 사회지표’에 의하면 13세 이상 인구 가운데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50%였다. 이 중 남성은 55.8%가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여성은 44.3%만이 결혼에 찬성해 10% 이상 차이를 보였다. 결국 여성의 56%는 결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결혼을 원해도 할 수 없는 남성이 10%는 되는 셈이다. 결혼 후에 자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65.3%로 전년과 비교해 2.7% 감소했다. 특히 10대의 경우 41.1%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낮았고, 20대가 44.0%만 자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즉 1020 세대에서 결혼을 해도 자녀를 갖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반을 넘었다. 결론적으로 향후 혼인 연령층에서 반은 결혼할 의사가 없고, 그중 반은 자녀를 낳을 생각이 없다. 즉 미래 결혼적령기의 젊은 층의 반의반인 25%만 출산할 의사를 지니고 있다고 보인다. 게다가 여성이 남성보다 결혼과 출산에 부정적이어서 실제로는 반의반보다 작다. 최근 출산하지 않는 경향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고 세계적인 추세다. 출산을 막기 위해 2자녀 이상부터 벌금을 부과하던 중국에서조차 출산율이 급감하여 사회적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는 사자성어 유시유종(有始有終)은 논어 자장(子張)편 “시작과 끝이 있는 사람은 성인뿐(有始有卒者, 其惟聖人)”에 수록된 말이다. 유시유종은 일반 삶 속에서는 참에 가까운 지혜이지만 과학이나 수학적으로 보면 참 명제는 아니다. 수학에서 시작과 끝이 없는 원과 뫼비우스 띠가 있다. 과학에서 우주는 시작과 끝을 논하기 어렵게 광활하다. 반면 인간은 유한 시간을 지닌 존재여서 유시유종이 반드시 해당되는 참이고 지혜다. 3년간 지속돼오던 코로나19가 이제 끝자락이 보인다. 최근 일일 확진자 수가 4,000명 내외다. 정부가 이번 주부터 마스크 의무 착용을 해제한다는 기사가 보인다. 모든 세상일에는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으니, 코로나19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란 글을 쓴지 2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코로나19가 끝이라는 기사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하지만 코로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지난 3년이란 시간은 세상에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줌을 이용한 온라인 강의는 당연시되었고,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구매가 대세로 바뀌었으며, 배달주문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원격 근무, 원격 교육에 이어 일시적인 원격 진료도 허용되었다. 대면 모임 자제로 인하여 가
TV 채널을 돌리다가 교육방송에서 중학교 수학 문제 풀이를 보았다. 수학을 잘했던 학창시절이 생각나서 조금 들어보는데 도통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순간 미적분을 잘 풀었던 것이 사는 데 어떤 도움이 되었나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대학입시와 대학 수학시험을 보는 것 외에는 쓸 일이 없었다. 더구나 이제는 중학 수학도 이해하지 못한다. 수학자들은 멍청한 이야기라고 할 말이지만, 아직도 중고생들이 학교에서 학원으로 인생사는 데 별로 도움도 되지 않는 수학을 배우기 위해 왜 그렇게 노력을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영어는 여행을 할 때라도 사용하고, 국어는 모든 문장을 읽고 쓰기 위해 사용하지만 미적분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하지만 생각을 하나 바꾸면 개인이 아닌 세상은 수학이 아닌 것이 없다. 건물을 하나 짓고, 비행기가 날고, 자동차가 달리는 것 모두가 수학이다. 실생활 모든 것에 수학이니 배워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 필요와 불필요 사이에서 학교는 어느 수준까지 가르치는 것이 맞는 것일까. 학창 시절 미적분을 잘 풀었다는 것이 시험 보는 것 외에 삶에 어떤 가치가 있었을까. 몇 년 전 미국 한 방송국에서 방청객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아날로그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대전광역시치과의사회(이하 대전지부) 조영진 회장께서 ‘의료인 면허취소법’ 국회 본회의 직회부에 반대하는 삭발을 단행했다. 당일 전국 보건복지의료연대 회원들이 여의도에 모여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었다. 일명 ‘의료인 면허취소법’이라고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의 심각성은 치과신문에 실린 삭발 사진 한 장으로 대전지부 회장의 결의가 느껴진다. 필자가 한 모임에서 형사법 전문가에게 이번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대해 물었는데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직무와 관련되지 않은 일로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법 상식적이지 않고 뭔가 필자가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기사를 보여주면서 겨우 현재 실정을 파악했지만 상식적이지 않는 개정이란 답변을 들었다. 지금 국회에서는 형사법 전문가도 납득하기 어려운 법이 만들어지기 직전이다. 일반적으로 상식이나 합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다. 그때 그 보이지 않는 주체를 찾는 첫 번째 방법은 경제적으로 이익을 보는 자다. 사건 발생으로 이익을 보는 자나 집단이 있다면 그들이 사건을 기획하고 주도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두 번째는 이익을 보는 자
지난 일요일 지인들과 함께 남한산성 둘레 길을 돌았다. 풍경이 좋은 산중턱에 위치한 카페에서 막 구워 나온 빵과 모닝커피를 한 잔 하고는 주인의 안내로 등산을 시작하였다. 가파른 산을 오르면서 맨손으로 이 높은 곳에 성을 쌓느라 고생을 했을 백성들의 고생이 느껴졌다. 남한산성은 성벽 축조 방식 등으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역사적으로 병자호란 때, 인조가 청태종의 군사와 싸우다가 마지막에 항복한 곳인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청나라 군사는 항복문서를 받고 인조가 군신 간의 예를 갖추어 청태종에게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 3번 큰절하며 때마다 3번 고개를 숙이며 절하는 방식)를 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들에게 삼배구고두는 황제를 만나는 모든 사람이 행해야 하는 일반적인 인사법이었지만, 청나라를 오랑캐라고 얕잡아보고 명 황제에게 충성을 지키기 위해 청태종의 등극식에 참석한 조선 사신들조차 황제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던 조선 관료들의 모습을 보면 인조에게는 치명적인 굴욕이었을 것이다. 당태종은 자신의 등극식에서 조선 사신이 고개를 숙이지 않는 망신을 당하고 직접 10만 대군을 이끌고 조선으로 쳐들어와서 조선왕에게 신하의 예를 강요하였
자연에서 개체수가 많아지면 힘이 강해지는 것이 보편적 원칙이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하이에나는 사자와 맞서기 위해 무리를 지어 다닌다. 자연계의 논리로 생각하면 치과의사는 80년대 6,000여명에서 현재 3만명이 넘으니 치과의사가 사회적으로 지닌 힘도 5배는 증가됐어야 한다. 하지만 치과의사를 포함한 의료인들의 사회적인 지위는 상승이 아니라 하락하고 있다. 많은 이들은 수적 증가로 희소가치가 하락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희소성은 가치에 대한 것이지 힘에 관한 것이 아니다. 가치는 상대방의 필요에 따라서 형성되는 것이므로 많아지면 희소성이 떨어지는 것이 맞다. 즉, 가치는 상대방에 의존하는 속성이 있다. 반면 힘은 상대방에 의하여 결정되기보다는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조직의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힘은 다수가 될수록 강해진다. 하지만 힘은 분산되기도 쉽다. 뭉쳐지면 강하지만 나뉘면 급감한다. 구성원이 적을 때는 의견이 다를 가능성이 낮지만, 다수가 될수록 의견이 다양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수적인 증가는 의견의 다양성 증가를 동반하여 분열될 가능성도 같이 증가되고 분열되면 힘은 반감한다. 의료인의 증가로 희소가치가 감소한 면도 있지만, 분열로
아침 뉴스에 올라온 두 장의 사진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첫 번째 사진을 보고 마음 깊은 곳에서 울컥하였다. 더불어 삶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했다. 튀르키예 강진으로 무너진 집 잔해 속에서 사망한 15살 막내딸의 조그만 손을 놓지 못하며 하염없이 망연자실한 아빠의 모습이었다. 아빠는 기자에게 “딸은 침대에서 천사처럼 자고 있었고 고통 없이 떠났다. 신이 보내준 천사가 다시 신에게 돌아갔다”고 말했다고 한다. 두 번째 사진은 모자 달린 점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인 채로 형사들에게 잡혀가는 아빠 모습이다. 친부가 계모와 함께 아동학대로 11살 아들을 죽인 혐의다. 지구 반대편 한 아버지는 막내딸의 사망을 슬퍼하고, 이 땅에서 한 아버지는 11살 아들이 학대로 죽는 것을 방조했다. 이 두 사진은 오버랩되어 필자에게 삶에 대해 돌아보게 하였다. 왜 인간은 천사의 모습과 악마의 모습으로 양면성을 지녔나. 신은 소돔과 고모라도 아니건만 지진 한 번으로 3만3,000명을 죽이는 양면성을 지녔나. 신이 있다면 왜 악인을 허락하고 신은 왜 분노로 선한 사람들까지 죽게 하는 것일까. 신의 뜻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혹하고 자연현상이라고 하기엔 슬프도록 무력하다. 자연재
어느덧 치과신문에 투고를 시작한 지 600회를 맞이하니 감회가 새롭다. 돌아보니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언젠가부터 매주 수요일 오전까지 마감시간을 맞추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10pt 크기로 A4용지 한 장을 쓰고 검토하는데 대략 4시간이 걸린다. 다 합쳐보니 총 2,400시간이다. 하루 24시간으로 나누어보니 정확하게 100일이 된다. 작은 일도 쉬지 않고 지속하는 일이 쌓이면 크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글을 쓸 기회를 주신 치과신문과 그동안 투고한 글을 감수해주신 기자들께도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속담이 말하듯이 지난 12년의 시간을 돌아보니 많은 일이 있었다. 마감을 맞추기 위해서 KTX에서 글을 썼고, 외국 학회 중에는 비행기에서 썼고, 몽블랑 트래킹 중에는 스위스 산장 호텔에서 쓴 적도 있었고, 공항 라운지에서 마감을 보낸 적도 있었다. 컴퓨터가 없는 곳에서는 스마트폰으로 글자 수를 세어가며 독수리 타법으로 작성한 때도 있었다. 지방 강연 때에는 자정 넘어 PC방에서 글을 쓴 적도 있다. 그럴 때마다 집에서 편하게 글을 쓸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글을 써 놓고 갑자기 일이 생겨서 메일로 보내는
최근 가스요금이 급격히 오르며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다. 공공요금이 오르는 것은 앞으로 전반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비용이 오를 것을 시사한다. 음식값은 이미 1만원 이하를 찾아보기 어렵다. 서민음식의 대명사인 자장면 값이 전국평균 6,500원이 되었다. 택시요금도 1,000원이 올랐다. 모든 가격이 오르고 있다. 치과계에서도 환율이 오르면서 치과재료비가 많이 올랐다. 그런 중에도 유일하게 내려가는 것이 하나 있다. 치과수가다. 임플란트 가격은 바닥을 모르게 내려가고 교정수가 역시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다. 경제 환경을 감안하면 치과수가도 올라야 한다. 그런데 경제원칙과 반대로 치과수가는 빠른 속도로 내려가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치과의사 수가 증가되어 경쟁이 유발된 것을 원인으로 말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의사 수가 많아지며 환자 수가 분산되어 수익이 감소된 것을 수가를 올려 보상받는 방법도 있어 꼭 수가가 낮아질 이유는 아니다. 수익창출을 미국처럼 수가상승으로 이루지 않고 후진국성 박리다매로 잡으면서 발생한 문제이다. 게다가 70~80년대는 치과수가를 균일하게 고정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가격담합으로 공정거래법에 위배되니
친구 간에 우정을 표하는 말에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말이 있다. 사마천 사기에 나온 중국 고사로 관중과 포숙의 우정을 표현한 말이다. 하지만 정확한 내용은 가난했던 관중을 감싸고 지속적으로 이해해준 부유하고 이해심 많은 포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포숙은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재상에 관중을 추천하고 이후로는 마지막까지 관중보다 낮은 지위에서 살았다. 포숙은 중국 역사상 최고 명재상으로 유명해진 관중 덕분에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날리는 명예를 얻었다. 관포지교와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이지만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生我者父母, 知我者鮑子也)’라는 명언을 남겼다. 왕 앞에서 포숙이 관중을 추천한 날에 관중이 처음 한 말이 ‘창고가 가득 차야 예절을 알고(倉實而知禮節), 의식이 족해야 명예와 수치를 안다(衣食足而知榮辱)’였다. 그 말이 줄어 지금은 ‘의식이 족해야 예절을 안다’로 되었다. 관중 말에 의거해 지금 우리 사회를 판단해 보면 의식은 그런대로 부족하지 않지만 창고가 비어있다. 즉 명예는 추구하지만 예절은 없는 상황이다. 최근 뉴스에 등장하는 모든 패륜 범죄의 내면을 보면 대부분 돈과 연관돼 있다. 며칠 전 어머니 장례식에 부의금이 적다는 이유로 아들이 아버지
최근 결혼을 하고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는 부부가 많다는 기사가 보인다. 우선 경제적으로 전세대출을 받기 위해 부부지간에 전세계약서를 쓰고 대출을 받다 보니 혼인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요즘엔 결혼식을 하고 6개월이 지나고 혼인신고를 하는 것이 사회적인 추세다. 1년 이내 조기 이혼율이 높아지다 보니 새로 생긴 풍속도다. 심지어 출산하고도 부동산을 이유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사회에서 사회적인 기본 룰이 사라지고 있다. 기본 룰이란 개인적으로 조금 손해가 있어도 한 사회가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위해 지켜져야 하는 것으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단위인 가정은 경제적인 이익을 위하여 깨지고 있고, 사회의 기본적인 근간인 교육은 편의성으로 파괴되었다. 12월 중순이 지나도 겨울방학이 시작되지 않는다. 교육부가 재량휴업일을 도입하면서부터 시작과 끝이란 개념이 교육에서 지워졌다. 처음 재량휴업제를 시행할 때부터 우려했던 바다. 자연법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자듯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작과 끝이 정해져있다. 우리 선조들이 태양의 위치에 따라 24절기를 만든 이유도 농사를 지으며 그때가
최근 초진 상담을 하는 젊은 환자 중 우울이나 공황장애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양상이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우선 심리적인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어 정신과나 심리상담을 찾는 문턱이 낮아진 영향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이 만나는 모든 현실적 환경이 고립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입시 위주 교육환경은 친구 간에 경쟁주의를 유발시키며 친구가 사라졌다. 가족 속에서 엄마는 보호자와 안내자 역할이 아닌 감시자와 강요자로 바뀌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교육환경 속에서 부모가 강한 교육 철학이나 의지를 갖지 않은 이상 개인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필자가 ‘아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국어사전적 의미로는 ‘나이가 어린 사람’이란 뜻이다. 그럼 몇 살까지일까. 초등학생까지일까. 확실하지 않지만 법적으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촉법소년까지일 가능성이 높다. ‘아이’란 학문적 표현이 아니다. 구체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학문적이라면 나이로 분류하던가 아니면 심리적 단계로 구분 지어야 하는 것이 맞다. ‘아이’란 나이보다도 ‘심리적으로 성숙되지 못한 사람’이란 느낌을 받는다. 이런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