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틀니 보험이 시작됐다. 여러 가지 우려와 기대를 넘어 이젠 제대로 알고 대처해야 할 시점이다. 일반 급여항목과 다른 몇 가지 단서조항이 있는 만큼 꼼꼼히 내용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치과계에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큰 급여항목이긴 하지만, 제대로 알고 대처한다면 위기가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편집자주> |
선심성 정책으로 시작, 단서조항 달고 첫 발
노인틀니 급여화가 드디어 시행된다.
틀니 급여는 오랜 기간 치과계를 압박해온 요인 중 하나였다. 국회의 선심성 정책 1순위에 오르며 그간 틀니를 보험화해야 한다는 법안만 13건에 달하고, 김영삼 정부부터 선거철마다 주요 이슈가 돼 왔다. 보철보험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 충분한 재정 확보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급여에 포함될 경우 향후 불거질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치과계에서는 선뜻 손을 잡을 수 없는 항목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러한 틀니 급여화가 장고 끝에 드디어 시행에 들어갔다.
2009년 발표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안’ 중 하나로 포함된 이후 꾸준한 논의가 이어져왔고, 치협과 관련학회(대한치과보철학회)는 다양한 근거와 데이터를 제시하며 치과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물론, 마지막까지도 협상은 순탄치 않았고, 만족도도 낮은 것이 사실이다. ‘만 75세 이상, 레진상 완전틀니에 한해, 본인부담 50% 적용, 교체주기는 7년’이라는 여러 가지 단서조항이 달렸고, 이에 만족하는 환자도 치과의사도 많지 않다.
환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적용 연령이 너무 높고, 다른 급여 항목에 비해 과도하게 본인부담금이 높으며, 한번 장착하면 7년 내에는 다시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것이 과연 진정한 의미의 급여화인지 의구심이 들 것이다.
치과의사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 그래도 환자의 컴플레인이 심한 것이 틀니인데 만 75세 이상의 노인은 구강상태는 물론 전신건강도 온전치 못한 경우가 많아 시술에 몇 배는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교체주기가 7년이라면 한번 시술한 환자를 7년 동안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현실적인 불안감도 크다. 무엇보다 임플란트가 일반화되면서 틀니 제작에 자신이 없거나, 틀니 제작을 경험해보지 못한 치과의사들이 많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국민적 관심과 요구가 가장 많은 급여항목으로 부각됐고, 중요한 단서조항에 대한 민원은 정부가 아닌 치과의사들의 몫이 될 확률이 크다는 점도 주춤하게 되는 이유다.
까다로운 노인틀니, 홍보가 관건
여러 논란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7월 1일부터 노인틀니 급여화는 시작됐다. 그리고 치과계에서도 걱정하고 주저하기보다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다가가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급격히 총의치 관련 강연이 확대되고 있고, 그때마다 만원사례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그러한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총의치 강연 연자로 인기가 높은 권긍록 교수(경희치대)는 “틀니는 씹는 기능뿐 아니라 사회적인 기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학문적으로 볼 때 틀니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자연치에 비해 1/4~1/5 수준의 기능밖에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치과의사와 환자 간 ‘라포’를 형성하는 것이며, 그러한 과정에서 틀니 시술의 어려움이나 한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환자의 만족도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시술 자체도 까다롭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환자와의 관계형성이라는 점에서 치과의사들은 물론 제도를 시행하는 보건복지부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서도 환자들에게 꾸준히 홍보에 나서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된다.
틀니 급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일본의 사례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보철보험을 도입한 일본 치과계가 어떠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지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사석에서 만나는 일본 치과의사들은 열이면 열 모두 “보철보험은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호주머니 틀니’라는 오명을 쓸 정도로 낭비가 심한 현실도 여러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 동경도치과의사회 Koshihara Hideaki 부회장은 지난 SIDEX 종합학술대회에서 일본 보철보험의 현주소에 대해 강연했다. 일본의 경우 레진상 완전틀니의 수가는 33,280엔이며, 관리료, 인공치와 초·재진료는 별도로 산정된다. 우리나라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것은 교체주기. 일본은 1년이 지나면 다시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고, 레진상 완전틀니만 급여 적용이 되지만 환자가 금속상을 원한다면 레진상 틀니의 비용만큼을 급여에서 제하고 나머지는 비급여로 청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교체주기가 1년이라는 것은 환자가 원하면 언제든 새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때문에 틀니에 대한 만족도나 기대도 떨어지고, 노인들은 주머니에 몇 개씩 틀니를 갖고 다니며, 재료업계에서는 보험용 틀니 재료가 별도로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역추산도 가능한 부분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보철보험이 시작됐지만 국민의료비가 2.8배 증가할 동안 치과의료비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향후 보철보험 확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꾸준한 모니터링, 제대로 된 개선 이뤄내야
틀니 급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실적인 요구에 대한 개선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출발부터 여러 전제조건을 달고 있을 정도로 불완전한 상태인 것이 사실. 특히 내년부터는 부분틀니까지도 보험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올해 시작된 완전틀니 급여를 어떻게 제대로 모니터링하고 개선해 나갈 것인지는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치과의료정책연구소가 서울시내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환자들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시기에 교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본인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잘 빠지지 않고 잘 씹히는 틀니”를 원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간 틀니 급여를 요구했던 법안의 대부분은 만 65세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노인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연령인 것이다. 또한 본인부담이 50%에 달하는 보험항목도 없다.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보험적용이 된다는 발표에 한껏 높아져있던 기대치를 단번에 불신으로 바꿔버리는 대목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제도가 시행됐고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선 이상, 치과의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부가 앞장서는 대국민 홍보와 현실적인 보험적용이다.
비싼 돈을 지불한 틀니보다 무료로 시술해준 틀니에 대해 오히려 불만이 더 많다는 것은 치과의사들이 경험으로 터득하고 있는 부분이다. “보험으로 해준다고 더 안 좋은 재료를 쓴 것 아니냐, 그래서 더 불편한 것 아니냐”는 환자들의 민원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이러한 제한을 둘 수밖에 없었던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알리려야 할 것이다.
또한 보다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부분틀니 급여화를 준비하는 시점인 만큼 완전틀니 급여 시행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제대로 검토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충분한 재정확보로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는 기틀을 닦는 것은 기본이다.
치과의사들 또한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급여 기준에 따라 청구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