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인단으로 뽑힌 지 일주일, 벌써 3명의 협회장 후보 가운데 2명이 직접 치과로 찾아왔다는 A원장. 안면도 없던 후보들이 앞 다퉈 치과를 방문했고, 공약집을 나눠주며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하는데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무슨 이야기를 할지 적잖게 난감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다.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대학 선배는 물론, 중고등학교 선후배들까지 전화를 걸어와 “협회장 후보 누구누구 알지? 잘 부탁한다”고 선거운동을 하는 통에 오히려 불편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그동안 회무 경험도, 대의원으로서 선거권을 행사한 경험도 전혀 없던 터라 “말로만 듣던 치과계 선거문화가 이런 거였구나” 새삼 느끼게 됐다는 A원장은 “정책선거를 기대했는데, 이번 역시 동창회 선거가 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에 씁쓸함마저 들었다고 했다.
62년만에 협회장 선거제를 개혁한 치협. 그러나 1,481명의 선거인단으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시작부터 ‘확대된 동창회 선거’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회원 10명 중 1명꼴로 선출되는 선거인단은 공정한 룰에 의해 1,481명의 선거인단으로 꾸려졌다. 201명 대의원에서 1,481명으로 산술적으로만 본다면 투표권자는 7배 넘게 늘어난 수치지만, 11개 치과대학별-18개 지부별로 쪼개 본다면 선거운동원 몇 명만 동원해도 1대1 접촉이 가능한 규모가 된다는 점에 함정이 있다. 더욱이 치열한 3파전에 돌입하면서 선거운동은 초등학교 동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할 정도여서 학연-지연이 정책경쟁보다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고 있다.
또 다른 B원장은 “솔직히 선거인단이 됐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실제 투표장에 갈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1대1로 찾아오고 전화하는 등의 선거운동은 효과적이기보다는 불편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남은 기간 동안 정책도 비교하고, 주변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치열한 선거전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선거운동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가끔 잡상인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1대1 방문을 계속하겠다는 후보도 있고, 반회-구회-지부 단위로 회원들의 요청이 있을 시 전국 방방곡곡 어디라도 찾아가겠다 공약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는 후보도 있다. 무엇보다 회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정책으로 심판받을 수 있는 선거, 그리고 발표되는 공약이나 정책토론회 등에 적극 관심을 갖고 제대로 평가하는 선거인단의 현명한 선택도 요구되고 있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