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Copenhagen)을 떠나 스웨덴 말뫼(Malmoe), 예테보리(Gothenburg)를 거쳐 노르웨이 오슬로(Oslo)와 베르겐(Bergen), 다시 스웨덴의 스톡홀름(Stockholm)을 거쳐 핀란드 헬싱키(Helsinki)로 가는 북유럽 3국 여행은 지리적으로 광활하고 각 도시가 멀리 떨어져 있어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여행한다.
코펜하겐의 야간버스는 여름에는 백야를 뚫고 밤새 달려 오슬로로 데려간다. 겨울의 오슬로에서 베르겐의 기차여행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피요르드와 오로라를 선물한다. 스톡홀름에서 헬싱키 간의 선상 크루즈는 바다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북유럽은 추운 나라라 건축도 폐쇄적이고 묵직하다. 하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경쾌함은 내부공간에서 잘 드러난다. 겨울왕국 그들만의 건축어휘를 찾아본다.
극지방의 야간버스에서 백야를 만나다
코펜하겐에서 탄 야간버스는 4시간 정도 달려 스웨덴 예테보리에 도착한다. 닐스 토프(Nils Torp)의 닐스 에릭슨 터미널(Nils Ericson Terminal)1)은 특별한 공간이 없어 보인다. 졸린 눈을 뜨고 버스에서 나와 허리를 펴는데 아직도 어둑한 느낌이다. 한밤중인데도 완전히 깜깜하지 않다. 백야의 개인적 느낌은 밝은데 무척 졸리다는 것이다. 점심 후 낮잠시간이 이와 비슷한 걸까? 비어있는 예테보리 터미널 뒤쪽으로 뿌옇게 비치는 어둑한 빛과 터미널을 밝히는 형광등 사이로 밤은 끼어있는 채로 지새우고 있다. 다시 버스를 타고 8시간을 몸을 접고 노르웨이 오슬로로 향한다[그림 1].
빙하의 형상화
오슬로 역 건너편 흰색의 빙하가 보인다. 그 위에 깔린 듯 놓여있는 유리와 대리석 상자. 그리고 그 위에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그 유명한 스노헤타(Snøhetta)2)의 오슬로 오페라하우스(Oslo Opera House)3)이다. 멀리서 보면 빙하처럼 보인다. 신선하다. 건축물이 대지에 잘 안착되어 수천년 동안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경사로(Ramp)를 이용하여 내외부를 연결하였다. 외부 경사로의 백색 대리석은 외부 공간을 기울어진 광장으로 만들었고, 단순한 형태는 강렬한 형태에 힘이 실린 듯 보인다. 내부는 목재와 패턴을 이용하여 외부와는 전혀 다른 공간을 펼친다. 다 좋은데 부산 오페라하우스 등 한국프로젝트는 기존의 오슬로 작품을 그대로 가져온 듯해서 아쉽다[그림 2].
평화의 색은 붉은색인가?
오슬로(Oslo) 시내에서 노벨 평화 센터(Nobel Peace Center)4)에 들어가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런 빨간색을 전체 공간에 사용하다니 데이비드 아디아예(David Adjaye)5)의 감각은 탁월하다. 외부에서는 전혀 인지할 수 없는 색감. 외부는 석재를 이용한 일반적인 건축물인데 내부는 파격 그 자체다. 보수적인 듯 일상적이며 자연스러운 보이는데 그 안에 숨겨진 파격. 이런 것이 북유럽만의 디자인이다. 숨겨져 있는 것이 진리가 아니듯이 노출되어 있는 것도 가짜는 아닐 것이다. 평화는 피를 먹고 살아서 붉은색인가?[그림 3].
현대판 움막교회
알바 알토(Alva Aalto)의 핀란디아 콘서트홀(Finlandia Concert Hall & Congress Hall)6), 스티븐 홀(Steven Holl)의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Kiasma)7)도 중요한 건축물이지만, 티모 앤 투오모 수오마라이넨(Timo and Tuomo Suomalainen) 형제의 암석의 교회(The Church of the Rock)라고 불리우는 템펠리아우키오 교회(Temppeliaukion Church)8)야말로 핀란드 건축의 정수를 보여준다. 세련된 현대건축 어휘보다 굴처럼 판 자연의 흔적이 그대로 노출된 상태에서 루버를 이용하여 형태를 만들고 빛을 들여 자연스러우면서도 세련된 공간을 만들어 냈다[그림 4].
음표들의 조합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들려오는 듯한 착각 속에 엘라 힐투넨(Eila Hiltunen)의 시벨리우스 기념비(Sibelius Monument)9) 앞에 섰다. 1960년대에 600여개의 스틸 파이프를 이용하여 파도와 같은 형상을 만들어 낸 것이 놀랍다. 멀리서 보는 것보다 가까이에서 파이프의 내부를 통해 내뿜는 빛이 더 큰 이야기를 하는듯하다. 마치 작곡가가 음표를 이용하여 조합을 만들고 그 결과가 음악이듯이 건축도 단위 유닛(Unit)이 모여 건축물이 된다는 것, 분야를 가로지르는 은유가 공명됨을 느낀다[그림 5].
*주석
1) https://en.wikipedia.org/wiki/Nils_Ericson_Terminal
2) https://snohetta.com/#/projects/15/true/all/image/743/
3) https://en.wikipedia.org/wiki/Oslo_Opera_House
4) https://en.wikipedia.org/wiki/Nobel_Peace_Center
5) https://en.wikipedia.org/wiki/David_Adjaye
6) https://sunnykist.tistory.com/38
7) https://en.wikipedia.org/wiki/Kiasma
8) https://en.wikipedia.org/wiki/Temppeliaukio_Church
9) https://en.wikipedia.org/wiki/Sibelius_Monument_(Helsin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