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5 (월)

  • 맑음동두천 -6.2℃
  • 맑음강릉 0.5℃
  • 맑음서울 -3.2℃
  • 맑음대전 -2.2℃
  • 맑음대구 0.8℃
  • 맑음울산 1.3℃
  • 흐림광주 1.4℃
  • 맑음부산 0.7℃
  • 흐림고창 1.4℃
  • 흐림제주 8.3℃
  • 맑음강화 -3.4℃
  • 맑음보은 -4.1℃
  • 맑음금산 -2.9℃
  • 구름많음강진군 1.7℃
  • 맑음경주시 1.8℃
  • 맑음거제 1.9℃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치과의사 정태종 교수의 건축 도시 공간 눈여겨보기(31) -마지막 회-

URL복사

Epilogue_ 도시, 여행, 그리고 아디오스(Adios)

 

낯선 도시에 도착해서 본격적인 도시 탐험 여정의 첫걸음을 떼는 기차역 플랫폼에 서본다. 여행의 시작과 끝은 보통 기차역인 경우가 많다. 기차역은 근대화를 상징하는 도시의 관문이었다. 그래서인지 당시의 건축양식을 이용하여 도시에서 제일 큰 규모의 랜드마크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교통수단이 다양해지면서 기차 플랫폼과 승객의 이동공간이 주였던 근대 교통수단의 기차역이 도시의 사회적 교류의 중심공간으로 변화했다. 기차가 좋은 것은 땅에 붙어 있는 레일 위를 달린다는 것이다. 불변이라고 믿는 땅에 고정되어서 움직이므로 안정된 것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기차는 연속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움직이니 확실히 지구의 대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그림 1].


도시의 낭만은 길바닥에서 나온다
 

이제 기차역을 빠져나와서 오늘 밤 머무를 숙소를 찾아야 한다. 보통은 여행을 시작하는 첫 도시의 숙소는 여행 떠나기 전에 예약한다. 그것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비행기 연착으로 새벽 두 시에 도착해서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도시에 현지인도 잘 모르는 예약한 숙소를 찾아 헤매던 여행의 경험에서 나온 노하우다. 처음 도착해서 도시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로 짐을 들고 숙소를 찾아 헤매는 것은 무리다. 아무리 싸고 좋은 숙소라 해도 찾기 힘들면 첫 숙소로는 좋지 않다.

 

체크인 후 짐을 놓고, 씻고, 숨을 좀 돌리고 나면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을 나선다. 본격적인 도시탐방 전에 분위기를 살피는 것이다. 아무래도 외국에 가면 생각보다 편한 생활을 하지 못한다. 새로운 도시의 일상에 익숙해지기 위해 숙소를 중심으로 며칠 동안 살 도시를 파악해 본다. 필자는 본래 뚜벅이다. 길을 유심히 보면서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과 비슷한 아스콘과 보도블록의 경우는 거부감이 덜하다. 그러나 유럽이나 오래된 도시의 보도는 돌이라서 걷기가 힘들다. 발도 자꾸 꺾인다. 돌이 오랜 시간 동안 닳아서 매끈매끈하고 밤이면 불빛에 반짝인다. 도시의 낭만은 회색의 길바닥에서 나온다[그림 2].


유럽의 분위기는 노면전차에서 나온다

 


유럽의 도시들은 대부분 비슷한 도시풍경과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도시를 가로지르는 노면전차는 레일을 타고 땅을 지나가면서 하늘에 전차선 네트워크로 공간이 연결되는 것을 시각화해서 보여준다. 이제는 노면전차가 없어진 서울, 그곳에서 온 나에게 전차는 사회적, 경제적 의미보다는 공간과 시간의 여유로움과 느슨함으로 느껴진다. 유럽 도시의 트램은 각박한 도시의 삶에 특유의 위로를 주는 듯하다. 춥고 배고프면 서글프다. 혼자서 여행할 때는 더욱 그렇다. 괜히 먹는 것에 시선이 가고 돈을 쓰게 된다. 위기의식의 발현인지도 모른다. 배부르고 따스함이 행복의 조건이 된 여행은 점차 단순한 삶이 되어 간다. 복잡한 도시에서 살아온 보상으로 단순 작업과 생각에 집중할 기회를 얻게 된다.

 

도시를 배회하고 눈이 가는 대로 보고 마음이 가는 대로 걷는다. 심지어 무료함이 느껴질 정도면 이 도시를 떠나야 할 때다. 짧은 시간을 머무르는 외지인이지만 며칠 열심히 다니다 보니 원주민보다 더 잘 아는 곳이 생긴다.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다 보니 작은 곳 구석구석까지 살펴본다. 심심할 때 침대에 누워서 천장의 무늬를 꼼꼼히 보던 경험이 있다. 낯선 도시에서의 생활은 낙엽과 같이한다. 필자의 몸이 느끼는 계절감과 땅바닥에 뒹구는 낙엽 간의 괴리는 낭만이라는 감정으로 채워진다[그림 3].


도시와 여행

 


낯선 도시에 며칠 머무는 여행자는 언제나 이방인이다. 도시의 첫 관문인 공항에서 입국하기 위해 줄을 서면서부터 왠지 주눅이 든다.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해야 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편하게 집에나 있을걸…. 여행 내내 후회한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새로운 미지의 세상과 가보고 싶은 도시의 다양한 건축을 생각하면서 가슴이 뛴다. 이런 상반된 마음을 다잡으면서 여권에 출입국 도장을 받고 무사히 새로운 세계로 발을 들인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다는 즐거움과 해방감을 잠깐 만끽해 본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는 교통편을 찾아 타고 한 시간여 차창 밖을 보면서 한숨 돌린다. 즐거움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이럴 때면 누군가와 같이 오지 않은 것을 살짝 후회한다. 여행은 동반하는 사람의 유무가 중요하다. 누군가와 같이 가면 알게 모르게 의지하게 된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


이제 본격적인 도시탐구 여행이자 건축 공부시간이다. 이번 여행에서 꼭 가려고 마음먹고 공부한 건축물을 집중적으로 보러 간다. 도시에 머무는 동안 다른 시간대에 여러 번 가본다. 그러면서 남은 시간에는 별 계획 없이 도시를 돌아다닌다. 그러다 관심이 가거나 눈에 띄는 곳에 가서 보고, 만지고, 사진 찍고, 앉아서 사람들도 본다. 이전에 알지 못했지만 내 맘에 드는 건축이나 디자인을 발견하면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 왠지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필자의 건축과 도시 공부법이다[그림 4].


아디오스(Adios)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그동안 머물렀던 도시와 건축을 머리에 넣고 가슴에 담아서 짐과 같이 싼다.

 

지금까지 왔던 과정을 되돌려 거꾸로 간다. 도심에서 기차역으로, 기차역에서 공항으로, 다시 여권을 보여주고 출국장으로, 비행기를 타고 돌아온다. 오랜 시간 갇혀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몇 번의 기내식과 영화를 보고나니 인천공항이다. 해질녘 구름 속으로 인천공항이 슬쩍 보인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포탈에서 빠져나온 기분이다.

 

이제 건축공부와 인생공부를 마치고 현실의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살아 움직이는 공부시간의 끝을 아쉬워하는 이 역설은 필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그림 5].

관련기사

더보기
4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재테크

더보기

2025년 국내증시 코스피 분석 | 금리사이클 후반부에서의 전략적 자산배분

2025년 12월 10일, 국내 증시는 다시 한 번 중대한 분기점 앞에 서 있다. 코스피는 11월 24일 저점 이후 단기간에 가파른 반등을 보이며 시장 참여자의 관심을 끌었지만, 이러한 상승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자산배분 관점에서는 현재 우리가 금리사이클의 어느 국면에 위치해 있는지, 그리고 그 사이클 속에서 향후 코스피 지수가 어떤 흐름을 보일지를 거시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기적 자산배분 전략은 단기적인 매매 타이밍보다 금리의 위치와 방향을 중심으로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형은 금리 사이클의 각 국면에서 어떤 자산이 유리해지고 불리해지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2025년 말 현재 시장은 금리 인하 사이클의 B~C 구간 극후반부에 진입해 있으며, 이 시기는 위험자산이 마지막 랠리를 펼치는 시점으로 해석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산시장이 활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곧 이어지는 경제위기 C 국면은 경기 침체와 시장 조정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단계다. 따라서 지금의 상승 흐름은 ‘새로운 랠리의 시작’이라기보다 ‘사이클 후반부의 마지막 불꽃’이라는 인식이 더욱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