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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정태종 교수의 건축 도시 공간 눈여겨보기(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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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항상 상상 그 이상이다

남미는 매우 멀다. 비행기로 간다 해도 24시간은 걸린다. 한국에서는 일본이나 미국 또는 멕시코를 거쳐야만 한다. 이코노미 증후군이 무섭다면 비행기 값도 부담이다. 그래도 가봐야 할 이유는 수억 수조 개다. 값싼 물가, 개발되지 않은 자연, 우리와는 다른 생활 환경, 스페니시 콜로니얼(Spanish Colonial) 양식의 도시와 건축물, 잉카문명 등. 남미여행의 관문은 페루의 리마(Lima)다. 남미의 대표적인 대도시인 리마에서 며칠 지내면서 분위기를 익히고 본격적인 유적과 자연을 탐험하러 쿠스코(Cusco)로 떠난다.


인천공항만 공항이 아니다

 


리마(Lima)를 거쳐 쿠스코(Cusco)1) Alejandro Velasco Astete Airport에 도착한다. 일단 공항이 지금껏 봐왔던 대도시의 공항이 아니다. 공항은 언제부터인지 한 나라를 대표하는 관문이 되고 상징이 됐다. 그래서인지 최근 공항은 규모도 커지고 현대건축 특히 구조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면서 세련되고 편리한 공간을 추구한다. 인천국제공항은 세계적으로 제일 좋은 공항 중 하나다. 그곳을 떠나 하루 만에 도착한 쿠스코 공항은 시골의 버스터미널 같다. 하지만 멀리 보이는 산맥과 그 아래 펼쳐 있는 마을은 인천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드디어 왔다. 낯선 곳으로[그림 1].


돌로 만든 연속성

 


잉카(Inca)문명의 대표 마추픽추(Machu Picchu)2)는 기차로 계곡을 지나 한참을 간다. 문화유적은 워낙 많이 알려져서 직접 간다는 것에 더 의미를 부여하는 곳이라고 생각되어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다른 문화역사유적을 방문할 때와 유사한 경험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막상 가보니 경험치는 예상과 비슷했다. 그곳에서 놀라운 건 돌이라는 재료였다. 모든 곳이 다 돌이다. 석재가 중요한 그리고 그 당시 사용할 수 있는 재료이기에 토목에도 건축에도 다 사용해왔던 것이리라. 이곳은 석재의 연속성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 스위스 건축가 발레리오 올지아티(Valerio Olgiati)가 언급했던 돌로 만든 비참조적인 건축과 도시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어느 곳에서도 없는 새로운 건축이다[그림 2].


가벼워야 사는 곳

 


마추픽추에서 멀지 않은 고산지대에 있는 티티카카 호수(Lake Titicaca)3)는 마추픽추와는 정반대로 느껴졌다. 돌과 산이라는 육중함의 정반대인 물과 갈대의 가벼움으로 세상을 가득 채웠다. 물이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은 고산지대에 이런 호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데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은 더욱 놀랍다. 물속 갈대밭을 밟는 순간 밀려오는 발바닥의 느낌은 다시 못 돌아갈 것 같았다. 푹 빠지는 듯한 느낌. 광주리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면 과연 살 수 있을까? 이방인인 필자는 여전히 나의 관점에서 살고 있었다[그림 4].


영혼을 지키는 콘도르

 


쿠스코에서 대머리 독수리를 볼 수 있는 곳인 Mirador Cruz del Condor4)를 가본다. 이곳에서 콘도르는 영혼을 지킨다고 한다. 평소 독수리를 볼 기회가 많지 않아 용기를 냈다. 고산지대 하늘은 우리의 하늘보다 더 고요하다. 고요한 하늘은 약간의 미동에도 더 민감하게 느껴진다. 비어있는 공간은 그저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로 가득 차 있음을 느낀다. 한참을 기다리니 독수리 한두 마리가 날아오른다. 독수리라는 존재에 겁이 덜컥 나는데 다행인 것은 멀리서만 볼 수 있다. 이곳 사람들의 영혼은 이 독수리가 지켜준다는데 내 영혼은 무엇이 지켜주려나[그림 4].


코카잎 차와 흔들리는 칸델라 불빛

 


쿠스코는 고산지대라 머리가 아파져 온다. 두통약이 없어도 코카잎 차의 힘을 빌리면 문제없다는 말을 순진하게 믿은 대가를 치르면서 머물러야 한다. 시골일수록 밤은 길고 할 일은 적다. 어두워진 골목을 나서 쿠스코 성당(Cusco Cathedral)5)까지 걷다 보면 마을의 밤을 지키는 칸델라 불빛으로 시내는 온통 오렌지빛이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밤의 색이다. 형광등의 창백한 백색은 이곳에서 볼 수 없다. 한국 기준으로 보면 50년은 후퇴한 분위기다. 그렇다고 달라진 건 없다. 나는 나 자신이고 여기에서 옛길을 옛 정서를 느낄 뿐이다. 주변에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의 작은 도시 쿠스코에서 머무른다는 사실 자체가 낭만의 상징과도 같다[그림 5].

 

 

*주석

1) https://ko.wikipedia.org/wiki/%EC%BF%A0%EC%8A%A4%EC%BD%94
2) https://ko.wikipedia.org/wiki/%EB%A7%88%EC%B6%94_%ED%94%BD%EC%B6%94
3) https://ko.wikipedia.org/wiki/%ED%8B%B0%ED%8B%B0%EC%B9%B4%EC%B9%B4%ED%98%B8
4) https://www.tripadvisor.ca/Attraction_Review-g798819-d9870207-Reviews-Mirador_Cruz_del_Condor-Cabanaconde_Colca_Canyon_Arequipa_Region.html
5) https://en.wikipedia.org/wiki/Cusco_Cathed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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