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전문의 1차 의료기관 표방금지가 오는 2014년 1월 1일부로 해제된다. 치과의원급에서 전문의를 표방하기 위해서는 전문과목만 진료해야 한다는 의료법 근거가 마련돼 있긴 하지만 대부분 이 법이 과연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의심을 하고 있는 처지다.
모든 문제의 발단은 전문의제 시행 이후 소수정예 원칙이 단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대로 가면 전문의 수가 10년 안에 치과의사의 40%에 육박하게 될 수도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김세영)는 소수원칙을 지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몇 차례 공청회를 통해 ‘경과규정’, ‘과목신설’ 등 기존의 소수원칙을 뒤집고 ‘모두 개방’ 쪽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치협 대강당에서는 ‘치과의사전문의제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올해 들어 세 번째 전문의제도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치협은 이 자리에서 ‘(가칭)가정치의전문의’ 신설론을 대두 시켰다.
이원화된 전문의제도 가능한가?
이날 치협 이강운 법제이사가 발표한 가정치의전문의는 기존의 10개 과목에 1개 과목을 추가하는 식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정확히 말하면 과목을 신설하는 것이 아닌 전문의제도를 ‘이원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제이사에 따르면 기존의 인턴제를 폐지하고 2~3년 과정의 ‘가정치의전문의’ 과정을 신설한다. 기존의 10개 전문과목에 대해서는 현재의 레지던트 과정과 같이 2~3년 수련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른바 심화전문의 과정이라 보면 된다.
이에 과목신설에 따른 경과규정을 두고 기존 임의수련을 받은 치과의사들에게 그 자격을 부여해 주거나 시험응시 자격을 부여한다는 방안이다.
이 법제이사는 “가정치의전문의를 신설하면 기존 10개 과목의 전문의 수 감소를 유도하고, 1차 의료기관에서 전문의 표방을 하면서 모든 진료가 가능하다”고 밝히면서 “하지만 기존 10개 전문과목 전문의들이 전문의 표방 시 해당 과목만 진료할 수 있다는 것에 비해 가정치의전문의는 모든 과목을 진료할 수 있게 된다면 적지 않은 반발도 예상 된다”고 설명했다.
경과조치로 응시자격 부여 주장도
치협이 제시한 이원화된 전문의제도 즉, ‘가정치의전문의’ 제도 신설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김병호 법제이사(대한치과교정학회)는 “치과의사전문의제도를 논하면서 매우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것이 바로 의료전달체계 확립인데, 오늘 제시한 가정치의전문의제도는 이에 부합하지 않는 것 같다”며 “각 전문과목에 대해 임의수련를 거친 기존 치과의사들에게 일반 가정치의로서 뭉뚱그려 전문의 자격을 부여한다면 과연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줄 술 있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병호 이사는 이 같은 의문을 제기하면서 “과목 신설이 아닌 경과조치를 발휘해 이제라도 임의수련 과정을 거친 기존 치과의사들에게 전문의 자격시험을 볼 수 있는 응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공청회에서 과목 신설을 주장한 바 있는 김덕 학술이사(서울시치과의사회)는 “과목 신설과 함께 경과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도출 되길 바랐는데, 아쉬움이 있다”며 “치협의 전문의제 이원화 안대로라면 심화전문의 과정을 밟기까지 그 기간이 너무 길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신설론과 경과조치라는 새로운 틀이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소수원칙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한 힘을 얻고 있다.
김욱 총무이사(경기도치과의사회)는 “전문의제도를 시행할 당시 경과규정을 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당시 복지부가 이를 거부한 것이지 소수원칙을 처음부터 세운 것이 아니다”며 “전문의제도를 지금 뒤집기 위해서는 현재 학생, 전공의, 전문의. 개원의, 공직 등 이 모든 구성원의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데, 과연 그것이 가능할지 의문이고, 또한 법률적으로도 법이 개정될지는 더욱 미지수다”고 주장했다. 소수원칙을 고수하고 더욱 강화해 나가야한다는 주장이다.
치협이 내 놓은 전문의의 이원화 제도는 의과나 한의과에서는 볼 수 없는 치과만의 새로운 개념이라는 점에서는 주목할 만하지만, 현실제도화가 과연 가능하지 여부는 역시 불투명하다. 치과계 내부적인 합의를 이루고 국민과 정부가 납득할 만한 제도의 개선이 과연 가능할지, 전문의제도의 틀을 바꾸는 현 치협 집행부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신종학 기자/sjh@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