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날이 밝았다. 두 달여 전부터 기대해왔던 SIDEX. 어쩐지 학생으로선 범접하기 어려워 보이는 행사에 명예기자의 신분으로서 참여할 수 있게 되어 마치 어른들만의 세계에 뒷문을 살짝 열고 들어간 기분이었다. 행사장 위층에 위치한 프레스룸에 들어갔을 때의 첫 반응은 어떻게 헤매지 않고 잘 찾아왔느냐는 염려 섞인 놀라움. 그만큼 SIDEX 초보자가 프레스룸까지 한 번에 찾아오기 어려울 정도로 실로 커다란 규모의 복잡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 행사가 아닐 수 없었다.
1,000개에 가까운 부스가 있다고 하니 시험기간만 아니라면 다 돌아보았을 텐데 선택적으로 돌아야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다행히 이재윤 공보이사님의 뒤를 쫓아다니며 크게 헤매지는 않을 수 있었다. 붐비는 행사장을 이리저리 누비다 보면, 이러한 사정을 진작 알았던지 시선을 사로잡는 늘씬한 미녀들을 통해 제품 홍보를 하는 경우도 꽤 되었고, 100개 이상의 부스를 확보한 회사는 큰 규모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촌스럽게 들릴 수도 있지만 본과생인 나에게는 사실 교과서와 교수님이 치과계를 보는 유일한 창이다. 그러다 보니 교과서에 나오거나 실습 때 써본 재료, 교수님이 좋다고 언급했던 기계들을 만나면 특히 흥분되곤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3D 프린트를 이용한 수복물 제작이 교과서에 언급된 것처럼 연구단계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덴티스와 같은 회사에서 제품화 되어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최근에 학교에서 고무인상재 실습 시 사용했던 I-Sil Light body, I-SIL Putty premium, Pretee heavy body를 만드는 Spident의 안제모 대표님을 만났던 순간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실습 당시 재료학 교실의 교수님께서는 과거에는 실습 때도 외산 인상재를 주로 사용하였지만 최근에는 국산 인상재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기에 국산으로 바꾸게 되었다고 언급했던 것이 기억난다. Spident 대표님의 적극적인 홍보와 품질확보 두 가지의 전략을 통해 국산 인상재 보급을 위해 노력했다는 말을 듣고 나니 대학 실습에서 국산 인상재를 선택하게 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많은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아직 본과 2학년이라 임상 술식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기는 해도 최초로 네오바이오텍에서 개발한 sinus kit나 implant kit 같은 여러 제품군을 보면서, 치과 진료가 장비나 재료와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느끼기도 했다. 실습할 때만 보아도 필요한 도구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고생의 정도도, 결과물도 확 달라지게 마련이니 치과진료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신제품에 대한 지식이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대학이란 필터 없이 날것으로 치과기자재와 재료 시장을 보게 된 흥분 때문일까. 짧았던 그날의 방문이 아쉽고 계속 생각이 난다. SIDEX 행사장 아래층에서는 커피엑스포를 하고 있었다. 치과대학을 다니고 있지 않았다면 커피, 차, 카페를 좋아하는 나는 당연히 커피엑스포로 발길이 향했을 텐데 자연스럽게 SIDEX로 향하던 발걸음이, 치과계에 속해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서 또 한편으로 뿌듯해졌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