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선거무효 판결, 치협 이사회 결의 효력 정지 및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인용, 치협 임시대의원총회 개최, 하지만 후폭풍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치협과 선거무효 소송단이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타협과 양보 없는 질주에 피로감만 쌓이고 있다. 선거무효에 대한 책임소재가 치협 회장단 재선거 당선자 임기, 회장 직무대행 선출의 적법성 등에 묻히고, 양측의 날선 공방, 말바꾸기 등은 새로운 루머만 양산하고 있다.
임총 결과 승복하겠다던 소송단,
총회 전부터 추가소송 여지 남겨
치협 선거무효 소송단(대표 이영수·이하 선거무효 소송단)이 지난 6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지난 2일 서울동부지방법원의 ‘치협 이사회 결의 효력 정지 및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인용’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자리로, 치협 임시 대의원총회 개최 닷새 전의 일이다.
선거무효 소송단은 기자간담회에서 다섯 가지 요구사항을 내놨다. △협회장 직무대행에 대의원총회 의장 △직무대행 기간 중 치협 임원, 전·현직 임원(최남섭·김철수 집행부) 전원 배제 △선관위 위원, 전·현직 위원 및 임원 배제 △재선거 당선자 임기 3년 △지난 선거 후보자 전원 재선거 출마 등이다.
이날 기자들의 관심은 치협 임시대의원총회 의결에 대한 소송단의 동의여부에 집중됐다. 그간 총 세 차례의 기자간담회를 가진 소송단은 두 번째 기자간담회에서 “최고 의결기관인 대의원총회(임총)에서 직무대행과, 재당선자의 임기를 결정한다면 그 결과에 상관없이 동의하겠다”고 이영수 대표가 직접 밝혔었기 때문.
하지만 소송단은 입장을 번복했다. 소송단은 이튿날 기자단에 배포한 문건을 통해 “정관에 부합하고 적법한 결의는 존중하고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마경화 직무대행 선출은 불합리하고 법리적으로 결함이 커 결사반대”라고 주장했다. 또한 가장 쟁점이 된 재선거 당선자 임기문제에 있어서도 “임총에서 정관에 따르지 않고 부적법한 방법으로 당선자 임기를 잔임기간으로 한다면 법적 절차를 통해 바로 잡겠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소송단에서 상정안건에 대한 답을 정해두고, 입맛에 맞지 않으면 또 다시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소송단의 자세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상당수다. 임총 상정 안건이 일반 안건이든, 정관개정안이든 그 요건보다 치협 집행부 공백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임총의 대승적 합의도출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소송단의 이러한 행보가 오히려 ‘특정후보를 밀기 위함 아니냐’는 루머까지 퍼지고 있다. 앞서 소송단 스스로 임총 개최를 요구했음에도, 그 권위 자체는 소송단이 먼저 부정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소송단은 “치협이 우리에게 선거무효소송 본래 취지를 잊고 정치적 행보를 보인다고 비판하지만, 오히려 그들이 재선거를 김철수와 집행부에 유리하게 만들 목적으로 잔여임기를 주장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미 소송단 역시 정치세력으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도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치협, 법률 자문시스템 심각한 결함,
장기간 회무 공백으로 불안감 가중
치협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 5월 소송단의 선거무효 소송이 제기된 후 5개월 이상 방관했다. 치협은 소송단과 끊임없는 물밑 접촉으로 사태해결에 적극 나섰다고 해명했지만 결과는 전무했다. 오히려 소송단의 무리한 요구로 결렬이 됐다고 밝혀 양측의 감정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소송에 대한 치협의 자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선거무효 소송의 1차 변론에는 ‘불참’하는 느긋함을 보였다. 하지만 재판부에서 선거무효 소송 선고기일을 확정하자 부랴부랴 법률대리인을 선임했다. 전국지부장협의회 등에서 소송단에 선거무효 소송 취하를 요구하고, 치협 선관위에서 협회장 선거 진상조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음에도 재판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법원의 선거무효 확인 판결로 상황은 급변했고, 당시 김철수 회장은 즉각적인 항소포기와 재선거 실시를 의결했다. 문제는 이후 더 크게 불거졌다. 복수의 법률 자문을 받고 진행했다는 치협 임시 이사회 의결, 즉 직무대행 선출 및 선거관리규정 개정 등이 소송단의 이사회 효력 정지 및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모두 무효로 결정됐다.
연이은 소송 패소는 회원들로 하여금 집행부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 전문의 헌소·1인1개소법 등 중차대한 현안이 산적해 있음에도 집행부 회무 공백은 길어졌다. 소송이 거듭될수록, 소송단과 입장이 대립될수록, 피해자 중 하나였던 김철수 집행부는 가해자로 둔갑했다. 부산지부의 지적대로 치협의 법률자문시스템을 점검하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10개월간 김철수 집행부에 보냈던 신뢰는 물거품이 됐다. 공정하고 신속한 재선거를 위해 임시이사회에서 의결했다는 선거관리규정은 ‘김철수 집행부 재집권을 위한 꼼수’로, “임총 결정은 존중하고 따르겠지만 집행부 지난 10개월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지난 6일 치협의 보도자료는 일종의 ‘몽니’로 폄훼됐다.
최학주 기자 new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