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과의사협회 제30대 협회장 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각 캠프는 서로를 향해 불법선거운동을 자제해줄 것을 강조하고 나섰고, 명예훼손·정치공작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철수 캠프, 헌소 각하-치개협 논란 책임소재 추궁
김철수 캠프는 지난 20일, 헌법재판소의 전문의 관련 각하 판결이 있은 직후 공정선거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헌법재판소에 전문의 위헌소송을 제기하고, 이를 선거에 이용해온 이상훈 후보가 각하 결정이 난 3월 14일 이후에도 4차례의 지부 토론회에서 이 사실을 숨기고 회원들을 호도했다는 것.
김철수 캠프는 불법여론조사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지난 2월 20일, 치과의사신문을 이용해 불법여론조사를 실시하고 발표함으로써 여론을 호도하며 선거에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상훈 후보가 치개협 회장을 역임하는 동안 치개협 운영에 대한 문제점이 지금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듯 소규모의 단체 운영에서조차 불협화음이 많았던 리더가 3만 치과의사를 대표하는 협회장이 된다면 치과계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강도높게 비판하며, 공정선거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박영섭 캠프, 불법여론조사-선거악용 관계규명 요구
하루 뒤인 21일에는 박영섭 캠프가 “치과의사신문이 이상훈 후보 돕기 일환으로 ‘여론조사 결과 이상훈 후보 압도적 1위’라는 제하의 여론조사 결과 기사를 또 다시 보도함으로써 3만여 회원을 우롱했다”고 주장했다. 해당기사는 여론조사의 과정과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선관위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치과의사신문은 이후 선관위의 사과문 게재 및 기사 삭제 요구를 수용하며 20일자에 선거광고 게재가 허용됐다. 그러나 21일 또다시 문제의 기사를 인터넷 신문에 오픈한 정황이 포착된 것.
박영섭 캠프는 “2월 21자에 게재했던 동일한 기사를 마치 3월 21일자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인 양 조작했다”면서 “3시간 만에 기사를 내리긴 했지만, 이미 이상훈 캠프에서 조직적으로 회원 이메일을 통해 홍보한 후였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 측은 이상훈 후보를 향해 “치과의사신문의 탈법적인 선거운동 행태에 대해 공개사과하고, 클린선거에 동참할 뜻을 선언하라”고 압박했다. 아울러 이상훈-김철수 후보가 동의받지 않은 개인 회원의 이메일을 통해 선거운동을 했다고 사과를 촉구했다.
이상훈 캠프, 근거없는 허위사실 유포 강경대처
이상훈 캠프도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헌법소원 각하 결정은 3월 14일에 내려졌지만, 결정문을 받아보지 못한 상태이며, 19일에야 사실을 숙지했다”면서 은폐 의혹을 부인했다. 치과의사신문 여론조사와 관련해서도 “이상훈 후보는 치과의사신문에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이 없다는 점을 누누이 밝혔음에도 계속해서 흑색선전을 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집행부 임원의 특권을 이용해 불법으로 선거인 명부를 입수했다면 솔직히 고백하고 후보를 사퇴하라”면서 박영섭 후보의 불법여론조사 의혹, 선관위 문자지침을 어기고 조직적으로 문자를 보낸 점 등도 문제삼았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플란트 명의대여자가 연일 언론을 통해 허위사실로 이상훈 후보에 대해 흠집내기를 자행하고 있다. 박영섭 후보에 우호적인 언론들만 대서특필하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다르크의 폭로, 상호공방 정점에 서다
김철수 캠프의 이상훈 후보에 대한 의혹제기, 그리고 이상훈 후보의 박영섭 후보에 대한 의혹제기의 연결고리는 지난 13일 J원장(덴트포토 필명 ‘전다르크’)의 기자간담회가 기점이 됐다.
J원장은 ○플란트 명의대여자로 대한치과개원의협회(이하 치개협)의 지원을 받았던 인물로, 이 자리에서는 치개협 회계 및 모금액과 회계장부가 일치하지 않는 등 불투명하게 운영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억5,000만원의 성금을 모았다면 기부금법으로 지자체에 신고하고 감사도 받아야 하는데 그런 행위가 일체 없었다”고 주장했으며, “선거후원금 1억5,000만원 중 남은 잔액 5,000여만원이 치과의사신문 창간에 사용됐다”는 증거도 제시했다. 특히 당시 치개협 회장이었던 이상훈 후보의 자질을 문제 삼으며 파장은 일파만파 커졌다.
치개협 측은 “J원장이 제기한 4건의 고발이 있었지만, 지자체에 신고하지 않은 기부금품법위반 말고는 모두 무혐의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며 “선거를 앞두고 악의적이고 공개적으로 허위사실 유포에 강력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클린선거’는 상대후보 공격용에 불과?
이번 선거에서 후보자 불법여론조사에 대한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치과의사신문이 예비후보자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고, 공식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선관위 허가를 거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가 기사화되면서 각 캠프의 촉각이 곤두섰다. 또한 선거인명부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밑 여론조사가 2~3건 진행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지속적인 논란이 됐다. 지부 정책토론회에서는 “선거기간 중 불법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없었다”, “특정 매체와는 관련이 없다”는 정도의 답변만이 돌아왔다.
선거가 종점을 향해 달리면서 후보자 간 상호 비방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상대후보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공식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후보자 간 명예훼손 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첫 직선제인 만큼 클린선거로 마무리되길 기대했던 회원과 후보자들의 요구가 공염불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